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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어느덧 甲午年 한 해가 저물어간다

  • 코리안저널
  • 조회 839
  • 2014.12.19 07:58
‘내가 혹시 누구에게 상처를 주지 않았나’반성하는 시간을 
 
어느덧 갑오년(甲午年) 한 해가 저물어간다. 올 연말도 예외 없이 지난 한 해를 무탈하게 보내온 것을 자축하며 세모를 정리하는 모습을 연출한다. 지난 한주는 휴스턴 한인사회가 잇딴 송년회(또는 발표회) 모임으로 꽉 차있었다. 주말엔 두 곳, 세 곳의 행사가 겹쳐 행사를 준비한 사람보다 초대받은 사람들이 더 정신이 없었던 날이었다고 하소연하는 사람들이 꽤 있었다.
과연 송년행사에 참가하는 그 많은 사람들의 마음은 다 기꺼운 마음이었을까. 밀린 일을 마무리하고 새해 계획 짜느라 바쁜 터에 연일 송년회까지 치르자면 피로가 걷잡을 수 없이 쌓일 것이기에 하는 말이다. 그렇다고 무작정 피하기도 어렵다. 어떤 모임이든 나름대로 존재이유가 있어서다. 한 해를 보내는 마당에서 ‘우리 단체의 소중한 행사에 귀한 당신을 모십니다’는 초대를 어떻게 뿌리치겠는가.
세계 어느 나라든 송년모임이 있지만 우리는 유별나다. 간단한 저녁식사 후 귀가해 가족과 보내거나, 오랜만에 만난 지인들과는 찻집에서 환담을 나누고, 더러는 ‘불우이웃 돕기’ 같은 색다른 송년회로 대체하는 풍토가 아주 없는 건 아니지만, 여전히 우리의 송년파티는 ‘먹고 마시기’가 대세다. 술에 절어 인사불성이 되는 사람이 여럿 나올 때까지 끝장을 봐야 ‘제대로 했다’고 여기는 풍경도 간혹 비치고 있는 판에, 대다수가 이런 식의 송년회를 바라지는 않는다는 점도 기억해주길 바라는 마음이다.
 먹고 마시는 관행에선 벗어나야
최근 한 포털사이트가 고국의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더니 응답자의 35.6%가 가장 선호하는 송년회로 ‘술이 없는 조촐한 모임’이라고 답했다. 이어 ‘문화공연 관람’ 19.3%,‘간단한 점심식사’ 14.3%였다. 반면 가장 꺼리는 송년회로 ‘먹고 죽자형’을 꼽은 응답자가 42.3%로 제일 많았다. 또 의무적으로 참석해야 하거나 상사·선배가 끼는 송년회도 기피대상이었다. 요컨대 의무 참석 송년회에서 직장 상사나 선배와 함께 과음하는 게 최악이란 얘기다. 하긴 회사 송년회에 갔다가 사고를 당했다면 업무상 재해라는 법원 판결까지 나왔다. 부서장이 주최하고, 직원 다수가 참석했으며, 회사 경비를 쓴 송년회는 업무의 연장이란 의미다.
휴스턴 한인사회와는 동떨어진 얘기일 수도 있다. 그러나 연말에 동료나 선배, 지인들끼리 만나는 것 자체를 탓할 수 없는 분위기에선 고국의 현실과 별반 차이가 없다고 본다.
그렇다하더라도 내키지도 않는데 통과의례처럼 참가해 분위기에 휩쓸려 망가질 때까지 먹고 마시는 관행에선 벗어날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
과음은 한마디로 평화와 질서의 적일 수박에 없다. 더 나아가 아내에게는 공포이며 자식 얼굴에는 먹구름이란 말도 있지 않은가. 세월호 침몰 사고와 에볼라 바이러스 감염 소식 등 국내외적으로 아찔하고 어두운 일이 유난히 많았던 올 한해였다. 작은 휴스턴 한인사회는 또 어떠했는가. 편가르기 양상의 상대 단체 죽이기 논쟁은 논쟁 이상의 전쟁을 보는 것만 같았다.
이젠 열흘 조금 후면 을미년(乙未年) 새해가 밝아온다. 며칠 안 남은 2014년을 차분하게 떠나보내는 심정으로 더 이상 술자리는 피하고, 조용히 지나온 한 해를 돌아보며, ‘내가 혹시 누구에게 상처를 주지는 않았는지, 내가 속한 단체가 본의 아니게 타 단체에 악한 감정으로 미움을 양산하지는 않았는지’를 반성해보는 기회로 삼았으면 좋겠다. 단체에 속하지 않은 소시민의 동포로서도 안팎의 한인사회에 나는 어떤 존재였으며 또 주변의 불우한 이웃들을 그냥 외면하고 지나쳐 갔는지를 둘러보고, 그래서 그게 맘이 아팠다면 작은 성의나마 온정의 손길을 내밀고 그 나눔 속에서 행복을 느끼는, 그러한 세밑이 되기를 우리 모두 한마음으로 기대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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