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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현실이 힘들수록 사람은 과거로 돌아가고 싶어한다

  • 코리안저널
  • 조회 949
  • 2015.01.09 08:03
왜 우리는 친구를 보기만 해도 이내 기분이 좋아지는 것일까?
 
2014년은 지나갔다. 눈 깜짝할 사이에 2015년을 만났다. 어쩔 수 없는 우리 모두의 운명이다. 고국의 많은 사람들이 지인들과 만나서 새해에 긴요하게 쓸 에너지를 충전하겠지만, 외국에서의 자신을 충전해 줄 수단은 그리 많지가 않다. 
코리안저널은 새해 벽두의 사설을 꽤 특이한 소재로 다뤄보려 한다. 그건 바로 ‘친구’라는 존재에 관해서다.
요즘 세상에 ‘친구’라는 단어는 새삼 어색하게 느껴진다. 왜 그럴까. 우리에게 친구란 부산 사투리로 흥행한 한국 영화의 제목에서만 그쳐서 그런 게 아닐까.
친구가 인생의 전부였던 시절은 누구에게나 있었다. 부모에게만 속해있던 아이는 학교에 들어가 많은 친구들을 만나면서 사람에 대한 태도를 바꾼다. 부모에게 점점 거리를 두는 대신 친구들과 가까워지고, 부모에겐 많은 비밀을 친구들에게는 서로 공유하며 거리낌 없이 늘어놓게 된다. 부모는 부모대로 친구랑 놀기 위해 가족여행도 포기하는 자식들을 보면서 점점 자신에게 거리를 두기 시작하는 아이들에게 짐짓 섭섭한 마음을 가지게 된다.
어찌 보면 이것은 사람의 자연스러운 발달 과정이다. 그러나 이런 현상도 잠시, 곧 그 아이가 성인이 되면 친구의 의미는 또 다른 모습으로 바뀐다. 직장에서, 또는 사업장에서 열심히 일을 해야만 가정을 돌볼 수 있기 때문이다. 직장이나 거래처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어디까지나 내가 잘 보고 잘 보여야 할 사람으로서의 관계를 유지해야 할 사람이지, 그들을 친구로 맞아들이기에는 모든 조건에서 적절치가 않다.
요즘 어른들이 생각하는 인생의 중요한 덕목들 중에 ‘친구’를 거론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배우자와 자녀, 부모, 일, 돈 등이 우선일 테고 ‘친구’가 다음에 나올지도 확실치 않다. 원하든 원치 않든, 친구란 존재는 나이 먹어갈수록 점점 멀어져 가고, 더러는 ‘친구나 좋아하고 챙기면, 가족에게는 무책임한 사람’으로 낙인찍히기도 한다.
그런데 엄밀히 살펴보면 친구관계를 유지하는 데 드는 노력이란 가족관계를 유지하는데 드는 노력이나 비용에 비하면 매우 보잘 것이 없다. 어쩌다 몇 년에 한 번 씩 연락하는 게 고작이고 볼 수 있는 기회도 가뭄에 콩 나듯 하는 정도지만, 그렇게라도 만나서 보면 반갑고 기분이 좋아지는 게 바로 친구다. 베란다에 무심코 놓아두었던 시들어가는 화초에 문득 생각이 나서 물을 주니 예전의 생기가 다시 되살아나는 풀잎처럼, 호기 어린 시절로 언제나 돌아갈 수 있는 게 바로 친구인 것이다.
피를 나눈 것도 아닌 남남이 그렇게 강한 유대로 엮여 있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왜 우리는 친구를 보기만 해도 이내 기분이 좋아지는 것일까? 죽마고우(竹馬故友)라고 하지 않던가. 내 기억과 추억을 함께 나눴던 존재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항상‘현재에 충실하고 미래에 대비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는‘카르페 디엠’에 구속되어 있다. 이런 모토에 얽매어 있는 한‘과거를 회상하는 사람들은 구태의연한 사람들’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모든 이의 뿌리는 과거에 있는 법이다. 특히 힘든 이민생활을 꾸려가는 사람들에게 때로는 힘들고 때로는 즐거웠던 과거를 회상하며 살아가는 재미는 ’카르페 디엠‘의 철학과는 동떨어진 논리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 과거의 일부분을 함께 해 온 존재가 있다는 것은 참으로 축복받은 일이다, 시시콜콜 내 경험을 설명해 주지 않아도 다 알고 있는 친구, 그 과정 속의 일부로 존재해 온 내 친구, 그런 친구를 만난다는 것은 그 과거로 같이 손잡고 돌아가서 때로는 달콤하고 때로는 쓰디쓴 기억들을 다시 재 경험하는 과정이 되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은 알지 못하는 나의 기억과 비밀을 공유하는 존재로서 친구라는 존재는 그 자체로 너무나 큰 기적인 것이다.
인생을 성공적으로 사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사람이다. 나와 엮어진 가족과 친지의 존재가 물론 필연적이면서 우연적이기에 매우 중요하겠지만, 피 하나 섞이지 않고도 나의 과거와 현재를 공유하는 친구의 존재는 얼마나 특별한 것인가. 친구에게는 커다란 노력이 필요하지 않다. ‘내가 항상 너를 생각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는 큰 에너지가 들지 않는다. 친구에게 연락하는 데 자존심 세울 필요도 없다. 내가 먼저 연락한다면 그 친구는 나에게 더욱 속으로 감사하며 아마도 다음 새해 때는 먼저 연락해 올 것이다.
현실이 힘들수록 사람은 과거로 돌아가고 싶은 충동을 갖는다. 미래는 어찌될지 알 수 없지만 과거는 언제나 내 기억에 잔존하기 때문이다. 나에게 과거를 가져다 줄 수 있는 존재인 친구. 그러기에 가까운 벗을 가진 사람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일 것이라고 단언한다. 결국‘삶의 퀄러티’를 결정하는데‘친구의 존재’는 무시할 수 없는 요소일 것이다. 단 한명의 친구라도 지금 연락할 사람이 있다면 지금보다 더 멀어지지 않도록 신경 쓰길 바란다.
우리는 너무도 가깝고 소중한 사람들을 잊고 살기에 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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