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자리가 있다면, 아마도 ‘사장’이라는 자리일 것이다.
겉으로 보면 결정권도 있고 자유로워 보인다. 하지만 실제의 사장은 책임과 외로움이 동시에 얹힌 자리다.
회계세무 일을 하며 수많은 사장님들을 만나왔다. 업종도, 규모도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자주 듣는 말이 있다.
“우리 힘든 거, 아무도 몰라요.”
짧은 문장이지만, 그 안에는 수없이 삼킨 한숨과 말 못 한 밤들이 담겨 있다.
사장이 되어보지 않고서는 그 무게를 온전히 이해하기 어렵다.
매주 급여를 받아본 사람은 많지만, 급여를 줘 본 사람은 다르다.
직원의 월급날은 기대의 날이지만, 사장의 월급날은 통장을 열기 전부터 계산기를 두드리는 날이다. 매출보다 먼저 나가는 것은 임대료이고, 그 다음이 급여이며, 그 다음이 세금이다. 사장의 몫은 언제나 마지막이다.
사장의 달력은 직원의 달력보다 빠르다.
월말이 오기 전에 이미 다음 달을 걱정하고, 분기 말이 오기 전에 세금과 자금 흐름을 계산한다. 가게에서 가장 늦게 불을 끄는 사람도, 새벽에 가장 먼저 불안 속에서 눈을 뜨는 사람도 대개 사장이다. 어두운 바다에서 홀로 불을 밝히는 등대 같은 존재다.
사장님들은 외롭다.
중요한 결정을 앞두고도 누구에게 쉽게 털어놓지 못한 채 혼자 씨름한다.
매출이 줄어도 직원들 앞에서는 태연해야 하고, 자금이 빠듯해도 가족에게는 걱정을 감춘다.
한 유명 기업에서 CEO를 선발할 때 “외로움을 얼마나 잘 견디는가”를 본다는 말이 있다.
농담처럼 들리지만, 리더의 본질을 정확히 짚은 말이다.
현장에서 보면, 판단을 흐리게 만드는 것은 종종 능력 부족이 아니라 고독이다.
의논할 사람이 없고, 감정을 내려놓을 곳이 없을 때 결정은 흔들리기 쉽다.
그래서 사장에게는 숫자를 관리하는 능력만큼이나 외로움을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직원과 사장은 생각의 범위와 입장이 다르다.
길 건너 빈 점포 하나가 생기면 사장은 긴장한다.
“혹시 경쟁 매장이 들어오면 어쩌지?”
반면 직원은 “저기 새 가게 생기면 이직 기회가 될 수도 있겠네”라고 생각할 수 있다. 어느 쪽이 옳고 그른 문제는 아니다. 책임의 범위가 다를 뿐이다.
사장은 생존을 고민하고, 직원은 선택을 고민한다.
그래서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다를 수밖에 없다.
다만 분명한 사실은, 오늘의 직원도 언젠가는 리더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사장이 잘 되어야 조직이 유지되고, 조직이 유지되어야 개인의 미래도 열린다.
사장의 입장을 이해하려는 노력은 결국 모두의 안전망을 단단하게 만든다.
사업체는 하나의 배와 같다. 그리고 그 배의 방향을 잡는 사람은 선장, 즉 사장이다.
방향 없는 항해는 항해가 아니라 표류다.
매출, 인건비, 세금, 현금 흐름이라는 파도를 헤치며 리스크를 계산하고 방향을 잡는 사람이 바로 사장이다. 좋은 사장은 감으로만 항해하지 않는다. 숫자로 바다를 읽는다.
이 지점에서 세무와 회계의 역할이 분명해진다.
세금은 단순한 비용이 아니라 경영의 언어다. 세금을 이해하는 사장은 자신의 사업 구조를 이해하는 사장이고, 재무제표를 읽을 줄 아는 사장은 감정이 아닌 데이터로 결정을내린다.
이민자 사장님들의 무게는 더 크다. 언어와 문화가 다른 땅에서 가족의 생계와 직원들의 미래까지 책임져야 한다. 세법은 복잡하고, 행정은 낯설며, 실수의 대가는 크다. 그럼에도 매일 묵묵히 가게 문을 열고 사업체를 지켜낸다.
그래서 나는 종종 직원들에게 이런 상상을 해보라고 말한다.
내일 아침, 조금 일찍 출근해 사장님 책상 위에 커피 한 잔을 올려두는 장면을
그리고 노란 포스트잇에 이렇게 적는 것이다.
“사장님, 힘내세요. 오늘도 감사합니다.”
작은 행동 하나가 사장의 고독한 항해에 든든한 동료애가 될 수 있다.
우리는 각자의 위치에서 같은 배를 타고 같은 시대를 건너는 사람들이다.
누군가는 키를 잡고, 누군가는 돛을 올린다. 역할은 달라도 목적지는 같다.
오늘도 외로움과 책임을 동시에 짊어진 모든 사장님들께 조용한 존경을 보낸다.
그리고 그 항해가 조금이라도 덜 흔들리도록, 나는 내 자리에서 오늘도 그 사장님들을 돕고 있다.
※이 글은 일반 대중을 상대로 한 제한된 지면의 신문 칼럼 이므로, 실제의 개별 케이스에 그대로 적용될 수 없으며, 유사한 케이스의 결과에 대하여 저자에게 직접적인 책임을 물을 수 없습니다.
조원국 대표 세무사
SCOTT CHO & COMPANY 회계/세무 법인
(832) 593-27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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