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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보니] 1974년 현역 기자들의 영화 ‘암살자(들)’ 팩트체크

koreanjournal by koreanjournal
10월 10, 2026
in 뉴스, 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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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 1010

서울 한 영화관에 걸린 ‘암살자(들)’ 홍보물

영화 ‘암살자(들)’에는 1974년 동성일보(동아일보) 사회부 기자(이민호 분)가 타자기로 기사를 쓰는 장면이 나온다. 중앙정보부(중정) 기관원이 마음에 안 드는 기사가 실렸다며 신문사 안에서 편집국장(배성우 분) 뺨을 때리는 컷도 등장한다.

사실일까. 당시 신문·뉴스통신사 입사 2∼12년 차 현역 기자로 활동한 80대 원로들은 “말도 안 된다”고 입을 모았다.

대한일보 정치부 차장이었던 김성배 전 KBS 보도제작국장은 “신문은 국한문 혼용이었고, 타자기는 국한문 혼용이 없었다. 분초를 다투는데 누가 타자기로 기사를 쓴 뒤에 한자를 가필하겠느냐”며 “영화는 픽션(허구)이라지만 기본적인 사실 확인은 해야 하는 것 아니냐. 김유신이 양복을 입고 전투에 나갔다고 하면 되겠느냐”고 했다.

한국기자협회 부회장이던 구월환 전 연합통신(연합뉴스) 상무는 “말을 안 들으면 남산(중정)으로 연행해갔고, 거기서 폭행당했다는 사람도 있었다”며 “하지만 언론사 안에서 편집국장을 때린다는 건 날조”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영화 제작사인 하이브미디어코프 측은 “타자기 사용은 언론 탄압을 상징적으로 표현하기 위한 연출상의 선택이었다. 중정 기관원의 폭행 장면은 실제 사례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것”이라며 “해당 장면을 수정하거나 삭제할 계획은 없다”는 입장을 보내왔다.

다음은 전직 기자 4명의 증언과 제작사 반론.

▲ 김성배(88) 전 KBS 보도제작국장(당시 대한일보 12년 차 정치부 차장) = 외신은 몰라도 내신 기자가 타자기로 기사를 쓴다는 건 말이 안 된다. 당시 국내 신문은 다들 국한문 혼용이었는데 타자기는 국한문 혼용이 없지 않느냐. 직통전화로 기사를 부르면, 본사에서 내근하는 기자가 펜으로 백지에 써서 데스크에 넘겼다. 분초를 다투는데 타자기를 만지작거릴 시간이 있었겠나.

기관원이 드나든 건 사실이다. 급한 일이 있으면 편집국장이나 정치부장에게 가서 “사정을 고려해달라”고 부탁하곤 했다. 부탁하는 사람이 어떻게 편집국장을 때릴 수가 있나. 기자들 자존심이 얼마나 셌는데, 그런 일이 있었다면 기자협회가 가만히 있었겠나.

영화가 픽션이라지만 기본적인 사실 확인은 해야 하는 것 아니냐. 타자기로 기사를 쓰고, 기관원이 신문사 안에서 편집국장 뺨을 때린다는 건 ‘신라시대 김유신 장군이 양복 입고 전투에 나갔다’는 것만큼이나 이상한 얘기다.

▲ 이병대(85) 전 KBS 해설위원(당시 동아일보 10년 차로 사회부에서 내무부 출입) = 원고지도 아니고 (뉴스통신사 기사를 담은) 통신지 뒷면에 볼펜도 없어서 철필로 기사를 썼다. ‘공병우 타자기’라고 한글 타자기가 있었지만 기자는 쓰지 않았다. 원고를 문선부에 가져다주면 납 활자를 골라내서 조판했을 때다.

중정 기관원이 언론사 안에서 편집국장을 때린다고? 말도 안 된다. 그때 기자들은 스스로를 애국지사라고 생각했다. 중정뿐 아니라 장관도 기자 눈치를 볼 때다. 장관이 거짓말하면 기자들이 혼을 냈다. 지금이야 국회에서 정치인이 뭐라고 떠들면 기자들이 그 앞 바닥에 주저앉아서 받아치지만, 그때는 정치인이건 누구건 “할 말 있으면 기자 앞에 와서 말하라”고 할 때였다.

그중에서도 동아일보는 특별했다. 자유언론실천선언 때 기자 해고한 뒤 복직시키지 않은 탓에 지금은 여러 언론사 중 하나가 됐지만, 1970년대에는 독보적이었다. 그때 기관원이 감히 동아일보 안에서 편집국장을 때린다는 게 말이 되나? 물론 저녁에는 따로 만나서 압력을 가했는지 모르겠다. 남산에 기자를 한명 끌고 가도 가만히 있지 않고 다들 농성하고 항의하고 그랬다. 기관원은 나름대로 매너가 있고 공손했다. “우리 입장도 반영해달라”고 부탁하는 ‘을’인데, ‘갑’인 기자를 때릴 수 있었겠나? 남산에 끌고 가도 기자는 그리 심하게 대하지 않았다. 왜 고증도 안 하고 영화를 만들어서 이간질하는지 모르겠다.

▲ 구월환(84) 전 연합통신 상무(당시 합동통신 7년 차 사회부 기자로 한국기자협회 부회장) = 타이핑은 여성 전문 직업으로 인식될 때였다. 합동통신은 기사 쓴 걸 편집부에 가져다주면 타자실에 있는 여직원이 타이핑했다. 연합통신이 88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컴퓨터로 기사를 쓰는 시스템을 도입한 것을 시작으로 언론사는 타자기를 거치지 않고 바로 컴퓨터 시대로 넘어갔다.

중정 요원이 언론사마다 한명씩 출입한 건 맞다. 아침이면 ‘이 기사는 취급하지 말라’거나 ‘이 기사는 작게 취급하라’는 지침을 담은 메모를 들고 출근해서 편집국장실이나 임원실에 들어가곤 했다. 쟁점은 학생 시위였다. 학생들이 아무리 시위해도 방송에는 안 나오고 신문도 겨우 동아일보에 실렸다가 판을 바꾸면서 빠지곤 했다. 서울대생들이 “동아일보 폐간하라”고 했을 정도다.

대부분 중정 요구를 수용했다.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중정 과장이나 국장이 전화를 걸어왔다. 기관원은 자기가 부탁하는 입장이니까 저자세였다. 정 말을 안 듣는 사람이 있으면 남산으로 연행해갔다. 거기 가면 식사 대신 라면 한 그릇을 줬다. 남산에 끌려간 걸 은어로 “라면 먹고 왔다”고 했을 정도다. 심하면 잠을 안 재우거나 라면조차 안주는 경우가 있었다. 나중엔 남산에서 폭행당했다는 사람도 있었다.

문세광 저격 사건 후에 한국기자협회 회장이 갑자기 내무부 대변인에 내정되는 일이 벌어졌다. “중정 기관원이 기사에 간섭하는 것도 자존심 상하는데 내무부까지 기자를 우습게 보는 거냐”고 들끓었다. 김병익 동아일보 기자가 기자협회 회장이 됐고, 나와 홍사덕씨가 부회장이 됐다. 그 직후에 조선·동아일보에서 기자 약 150명이 해고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1974년 10월 24일 동아일보 자유언론실천선언을 주도한 게 바로 기자협회였다.

요즘 영화감독은 날조가 심하다. 자유언론 운동을 주도한 이들에게 물어봤다면 그런 장면을 넣지 않았을 것 아니냐. 특정 세력을 악마화하려는 의도 아니냐.

▲ 서옥식(82) 전 연합뉴스 편집국장(당시 동양통신 2년 차 기자로 외신부 근무) = 영자지는 타자기로 기사를 썼다. 내가 1973년 동양통신에 입사하기 전해인 1972년 가을에 코리아헤럴드 시험을 봤는데 2차 타자 시험에서 떨어졌기 때문에 안다. 국문 기자도 개인적으로 한글 타자기를 쓰는 사람이 있었을지 몰라도 기자실에선 한명도 본 기억이 없다.

당시 원고지에 먹지 2장을 대고 기사를 쓰면 총 3편의 기사 원고가 나왔다. 하나는 소속 부서에서 보관하고 두편을 편집부와 교정부에 가져다줬다. 편집부 타자실에는 기자가 아니라 일반직 여직원이 근무했다.

1972년 유신 이후 긴급조치에 근거해서 중정 기관원이 언론사에 출입한 건 맞다. ‘유비통신’이니 ‘카더라방송’이니 하는 말이 그때 나왔다. 기관원은 주로 편집국장이나 정치부장에게 “이 기사는 빼달라”거나 “제목을 바꿔달라”고 했다. 편집국 안에서 편집국장 뺨을 때렸다가는 난리 났을 거다.

▲ 하이브미디어코프 = 대우 워드프로세서 ‘르모’ 출시 전까지 대부분의 기자가 원고지에 펜으로 기사를 작성했다는 점을 알고 있다. 영화 속에서도 기자가 손으로 작성한 원고를 박해일 배우가 연기한 사회부장이 검토하고 데스킹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타자기 사용은 극중 기자들의 인물 설정과 함께 언론 탄압을 상징적으로 표현하기 위한 연출상의 선택이었다. 당시 윤전기에 모래를 뿌려 신문 인쇄를 방해했던 언론 탄압 행위를, 영화에서는 기관원이 타자기에 모래를 뿌리는 장면으로 재구성했다. 이를 통해 진실을 기록하고 전달하려는 언론인의 목소리가 권력에 의해 억압되는 상황을 보여주고자 했다. 또 일부 장면에서는 타자기의 모습과 소리를 활용해 억압적인 시대 상황 속에서도 진실을 기록하고 전달하려 했던 언론인들의 의지와 긴장감을 시청각적으로 표현하고자 했다.

중정 기관원의 폭행 장면은 당시 언론인들이 겪었던 폭력과 압박에 관한 실제 증언을 참고했다. 대표적으로 해직 기자인 김태진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 회원이 2013년에 “1974년 7월 동아일보가 보석 밀수 사건을 보도했다고 해서 송건호 동아일보 편집국장이 중정에 연행되어 뺨을 맞았다”고 증언한 적이 있다. 다만 영화는 특정 개인의 경험을 그대로 재현하기보다, 당시 언론인이 마주했던 권력의 폭력과 압박을 극적으로 담아내는 데 초점을 맞췄다.

※ 연합뉴스는 “원로 기자들도 ‘중정에 연행돼서 맞았다’는 얘기는 들었다고 한다. 영화 속에선 언론사 안에서 편집국장이 맞은 것처럼 ‘과장’한 근거가 뭐냐”고 추가 질문했다. 하이브미디어코프 측은 “암살자(들)은 다큐멘터리가 아니라 극영화”라며 “팩트로만 영화를 만들 수는 없었고, 조사 사례를 바탕으로 창작을 통해서 재구성했다”고 답변했다.

⁕코리안저널은 연합뉴스와 전재계약이 되어있습니다.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AI학습 및 활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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