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속 공포·화학 오염·반복 홍수… 저소득 이민자 커뮤니티, 의료·환경·기후 위기 동시에 직격

텍사스 주 해리스 카운티의 주택 중위 가격 격차를 부각하는 ‘화살표’ /2024년 미국 지역사회 조사(American Community Survey). 비고: 텍사스 주 해리
스 카운티의 센서스 구역별 5년 추정치. 사진 캡처: 가디언
미국 최대 석유화학 산업 단지를 끼고 있는 텍사스 휴스턴. 이곳의 이민자·저소득 커뮤니티가 환경 오염, 기후 재난, 의료 접근 장벽이라는 세 가지 위기에 동시에 노출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온두라스 출신 칸디도 알바레스(47)는 스스로에게 규칙을 만들었다. 아무리 아파도 병원에 가지 않는다는 것. 코로나19로 응급실을 찾았다가 단 4시간 만에 7,500달러 청구서를 받은 이후다. 불법체류자 신분으로 보험도 없는 그는 “병으로 죽는 게 아니라 집세 걱정으로 죽겠다”고 말했다. 그는 환기도 안 되는 창고 건설 현장에서 체온이 무려 화씨 120도까지 치솟았고, 혈뇨 증상으로 신장 손상이 의심되었지만 끝내 응급실 문을 두드리지 않았다. 그의 집 근처엔 휴스턴의 대형 공항 두 곳 중 하나와 여러 화학 공장이 들어서 있다. 그는 “공장들이 24시간 연기를 내뿜는데, 이게 환경에 영향이 없을 수가 있느냐”고 반문했다. 이는 휴스턴 저소득 이민자 커뮤니티가 처한 현실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The Guardian)은 기후 위기, 산업 오염, 의료 접근 장벽이 동시에 이 커뮤니티를 짓누르고 있다고 2일(현지시간) 심층 보도했다.
‘화살표’ 안과 밖, 기대수명 21년 차이
휴스턴에는 이른바 ‘화살표(the arrow)’라 불리는 불평등 지형이 있다. 부유한 서쪽 동네에서 동쪽 도심을 향해 뻗은 이 화살표 안에는 명품 매장, 녹지, 텍사스에서 가장 부유한 교외 지역이 자리한다. 반면 화살표 밖 남동쪽, 즉 블루칼라 이민자들이 밀집한 지역은 빈곤율, 소아 천식 발병률, 유해 화학시설 수가 모두 높다. 그 결과 휴스턴 동쪽 저소득·유색인종 주민과 서쪽 부유층 주민 사이의 기대수명 격차는 무려 21년에 달한다.
6주마다 돌아오는 화학 재난, 허리케인까지
미국 최대 석유화학 산업 단지를 품은 휴스턴 쉽 채널(Houston Ship Channel)에는 400개가 넘는 석유화학 시설이 밀집해 있으며, 하루 260만 배럴의 원유가 처리된다. 인권단체들은 이 지역을 “인종적 희생 구역”이라고 명명했다. 대형 폭풍이 오기 전이면 정유소와 화학 공장들은 서둘러 연료와 화학물질을 소각하고, 홍수 때엔 공장이 침수되면서 독성 물질이 토양과 수로로 스며든다. 2017년 허리케인 하비 당시에는 1조 갤런의 빗물이 수천 갤런의 하수와 뒤섞였고, 공장 가동 중단·재가동 과정에서 340톤의 대기오염 물질이 방출됐다. 2024년 허리케인 베릴 때는 300만 가구가 정전됐다.
이민 단속이 ‘또 하나의 재난’으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강경 이민 단속은 이미 취약한 이 커뮤니티에 또 다른 재난이 되고 있다. 비영리 의료조사기관 KFF에 따르면, 2025년 1월 이후 미등록 이민자의 48%가 단속 공포로 병원 방문을 포기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민자 지원단체 ‘우리 준토스(Woori Juntos)’ 커뮤니티 담당자 노르마 곤살레스는 “우리는 오랫동안 생존 모드에서 벗어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저비용 지역사회 클리닉을 운영하는 이븐 시나 재단(Ibn Sina Foundation)의 클리닉 매니저 마리엘라 소베라니스는 “요즘 대기실이 눈에 띄게 비어 있다”며 “사람들이 정말 정말 급하지 않으면 나오지 않으려 한다”고 전했다.
코리안저널 데일리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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