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한 기회에 유투브를 통해 누나의 결혼식에 남동생이 축가를 부르는 동영상을 보게 되었습니다. 한편으론 남매간의 우애를 생각할 때 훈훈함이 있었고 또한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누나’에 대한 다정함과 그리움, 그리고 정겨움이 베여 있는 참으로 기분 좋은 영상이었습니다. 남동생이 누나의 결혼식에서 부른 축가는 가수 10cm의 ‘봄이 좋냐?’라는 곡에 붙인 가사였는데 여기 그대로 옮겨 봅니다.
*** 내가 그때 말했지 / 누나는 결혼 못한다고 / 성격이 워낙 특이해서 / 누구도 감당 못한다고 / 어느 날 자려고 누웠는데 / 갑자기 카톡에 만나는 사람 있대 / 그때 매형 잘 몰라서 살짝 걱정했는데 / 알고 보니 성격 정말 잘 맞던데
결혼 못한다고 해서 미안해 누나 / 성격이 맞는 사람 있을줄 몰랐지 난 / 평생 둘이서 알콩달콩 좋은데 / 내 앞에선 절대 금지야 하지마 /
누나 그때 기억나? / 엄마가 멀리 일하실 때 / 교회 갔다 올 때마다 / 누나가 야식 챙겨왔지 / 덕분에 먹어본 국수요리 / 요즘도 가끔씩 배달시켜 먹곤 해 / 힘든 시기일 수도 있었지 / 근데 누나 덕분에 별탈 없이 / 일년 빨리 지나갔지
결혼 못한다고 해서 미안해 누나 / 좋은 점이 있다고는 인정할 순 있어 난 / 아주 둘이서 천생연분이라서 / 잘 나셨다 정말 / 행복해라 정말 잘 됐다 꽃길만 걷자 / 이 노래를 통해 하고픈 말 행복해라 / 살뺀 티 난다 / 내 예상보다 예식장 예쁘다
결혼 못한다고 해서 미안해 누나 / 정신을 차려 보니 부르고 있네 축가 / 계속 둘이서 행복하게 살아가면 좋겠다 / 누가 엄마가(엄마의 바램) 축하해 누나 / 축하해요 매형 ***
축가를 부르면서 목이 메어 울먹이는 동생이나 동생이 불러 주는 축가를 들으며 울컥하는 누나의 모습에 뭉클함이 있었습니다. 결혼식 전체의 그 명랑한 분위기는 한번 보고 그냥 지나쳐 버릴 동영상이었지만 쉽게 지워지지 않습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전형적인 남매간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 그 영상이 내겐 아름다움으로 남아 있습니다. 언젠가 이 영상도 내 기억 속에서 지워지겠지만 참으로 기분 좋은 시간들이었습니다.
때론 이같이 전혀 예상치 못한 것에 의해 마음이 훈훈해지고 따뜻해지는 것을 경험하곤 하는데 우리의 일상생활 속에서 그냥 스치고 지나가는 작은 해프닝 속에서도 여운이 길게 남는 즐거움과 기쁨을 누리는 경우도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많은 시간이 지났지만 지금도 가끔 생각이 나면 혼자서 웃곤하는데 그 이야기를 기억나는 대로 적어볼까 합니다.
출근시간과 학생들의 등교시간이 겹치는 아침시간엔 25인승 승합차에 아마도 60명 정도의 승객을 태웠으니 그 분위기가 어떠했을지 짐작이 가시리라 생각합니다. 한정된 공간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태웠으니 서 있기가 불편해서 자세를 바로 고치려 해도 몸을 움직일 수 없으니 내릴 때까지 그 자세로 서 있어야 할 정도였습니다. 그 차를 탄 사람들은 아침부터 짜증이 날 수밖에 없었고 매번 탈 때마다 다음부턴 걸어서 가야겠다고 다짐해 보지만 오늘도 어김 없이 이처럼 대만원 승합차를 탈 수밖에 없었습니다.
정류소에서 내릴 사람은 내리고 탈 사람은 타는데 내리는 사람보다 타는 사람이 더 많다 보니 사람이 사람들 사이에 끼어 옴짝달싹할 수 없는 상태에서 그냥 끙끙 앓는 소리만 들릴 뿐이었습니다. 다음 정류소에 내려야 하지만 미리 문 앞으로 나설 수 없을 정도로 사람들로 채워졌는데 모두가 피곤한 기색이 역역했습니다. 숨도 제대로 쉴 수 없을 정도로 불쾌하고 답답한 상태에서 모두 숨을 죽이고 있는 그때 초등학교 3,4학년 정도된 남자아이가 이 지옥 같은 버스 안에서 그리고 절대침묵 가운데 있는 그 상황에서 유일하게 말문을 열었습니다.
“아빠, 내릴 때 내 놔뚜고(놓아두고) 내리지 마래이!” 그 순간 지옥같은 그 승합차 안은 대폭소가 터졌는데 차가 휘청거린 것을 보면 운전기사도 순간적으로 폭소가 터졌으리라 생각합니다. 문장력이 없어서 그 차안의 분위기를 더 이상 표현할 수 없어 유감스럽지만 지금부터 40년이 훨씬 지난 세월이 흘렀음에도 그 순간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지금 이 글을 쓰다가 잠시 쉬면서 또 한번 웃었습니다. 차에 오를 때 사람들에게 밀려 아빠와 떨어져 있다보니 내릴 때 혹시 아빠가 자기를 두고 내리면 어쩌나 하고 걱정스러워 한 말이지만 그 아이의 말 한 마디는 모든 승객들의 마음을 즐겁게 하기에 충분했던 것입니다. 그날 온종일 기분 좋은 하루였음을 지금도 기억하고 있습니다.
아내와 만나 한 가정을 이룬지도 내년 1월이면 40년이 됩니다. 일찍이 그는 나의 동반자요 친구요 그리고 목회하는 동안 그는 나의 둘도 없는 동역자였습니다. 40년을 살아오면서 특별한 일이 아니면(회의참석 등) 어디든 동행했습니다. 그러니까 거의 40년을 하루 24시간을 같이 있었습니다. 병원출입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하루는 아내의 진료 때문에 심운기병원(Dr. Sim)에 갔었는데 진료시간이 좀 길어지자 대기실에서 깜박 잠이 들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진료를 마치고 나온 아내가 “어? 잠들었나 봐!” 그 소리에 화들짝 놀라 깨면서 “잠이 들다니, 지금 이 순간까지 당신 생각하느라 지쳐서 잠시 눈감고 있었는데 잠을 자다니 무슨 그런 섭섭한 말을 하십니까?” 이렇게 아양을 떨었더니 대기실에 같이 앉아 있던 30대 후반으로 보이는 자매님께서 “맞아요. 제가 아까부터 옆에서 보니까 주무시는 게 아니라 눈감고 어머니를 생각하신 것 같았어요.” 이 자매님의 순발력이 어디서 나왔는지 모르지만 아내가 나올 때까지 감히 깨어 있지 못하고 잠들었던 그 위기를 모면하게 해 주셨는데 지금 생각해도 기분이 참 좋아집니다. ‘기분이 좋다’는 것은 우리의 몸에 ‘기(氣)가 분산(分)’되는 것을 말하는데 이런 기분을 나누면서 산다면 우리의 삶은 풍요로워질 텐데 말입니다.
유양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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