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국무부가 미국 시민권을 공식적으로 포기하는 데 드는 수수료를 대폭 낮췄다. 해외 거주 미국인들과 시민단체들의 오랜 법적 투쟁 끝에 이루어진 이번 결정으로, 시민권 포기 비용은 기존의 5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들게 됐다. 미국 국무부는 시민권 공식 포기 수수료를 약 80% 인하해 2,350달러에서 450달러로 낮췄다. 이 변경 사항은 연방 관보(Federal Register)에 최종 규정으로 게재됐으며 지난 14일(금) 발효됐다.
수수료 인상의 배경
2010년 이전에는 미국 시민권 포기에 별도의 정부 수수료가 없었다. 국무부는 2010년 처음으로 450달러의 수수료를 도입했고, 이후 포기 신청 건수가 급증하자 2015년 11월부터 수수료를 2,350달러로 대폭 인상했다.
수수료 인상의 배경에는 2010년 제정된 ‘해외금융계좌납세순응법(FATCA)’이 있다. 이 법은 미국 시민권자와 거래하는 해외 금융기관에 엄격한 보고 의무를 부과해, 해외 거주 미국인들의 금융 생활을 어렵게 만들었다는 지적이 있어 왔다.
6년간의 법적 투쟁 끝에 이루어진 결정
프랑스에 본부를 둔 ‘우연적 미국인 협회(Association of Accidental Americans)’는 미국에서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시민권을 갖게 된 해외 거주자들을 대표해 수년간 수수료의 위헌성을 다투는 소송을 제기해왔다. 이 단체의 파비앙 르아그르 회장은 “이번 결정은 이 기본적 권리를 모든 사람이 접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을 인정한 것”이라며 “6년간의 끈질긴 법적 활동의 결과”라고 밝혔다.
협회 측은 소송 과정에서 국무부가 2023년 수수료 인하를 예고한 이후에도 최소 8,755명의 미국인이 2,350달러의 전액을 내고 시민권을 포기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국무부는 전체 시민권 포기자 수에 대한 통계는 공개하지 않았다.
시민권 포기는 간단한 행정 절차가 아니다. 신청자는 미국 영사관 직원 앞에서 여러 차례 구두 및 서면으로 포기의 결과를 충분히 이해했음을 확인해야 하며, 공식 포기 선서를 해야 한다. 이후 국무부의 심사를 거쳐 국적 상실이 최종 확정된다.
수수료 인하로 신청 수요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 이미 대기가 긴 영사관의 예약 대기 시간이 더 길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예를 들어 런던의 경우 현재 예약 대기 시간이 10개월을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최종 규정의 공식 발효일은 2026년 4월 13일이다. 다만 이미 3월 14일부터 새 수수료가 적용되고 있어 사실상 즉시 시행에 들어간 상태다. 해외에 거주하는 한인 교민 중에도 복잡한 세금 신고 의무 등으로 시민권 포기를 고려하는 분들이 있는 만큼, 이번 수수료 인하 조치는 주목할 만한 변화다.
코리안 저널 데일리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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