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시우보(虎視牛步)란 ‘소처럼 신중하게 걸으면서 호랑이처럼 주시한다’는 뜻이다.
우보(牛步)는 지나치게 느려 답답한 소의 걸음걸이로 해석한다면 좋지 않은 뜻이지만, 신중하고 우직하다는 측면으로 본다면 결코 가벼운 걸음을 의미하는 뜻은 아니다.
이민자의 시간은 정상보다 조금 빠른 감이 있다. 요즘 젊은이들은 시계를 거의 착용하지 않는다. 소유개념과 시간개념이 예전과는 너무나 다르다. 스마트폰을 통해 어김없이 지구촌 곳곳의 시간을 알 수 있는데 굳이 거추장스레 팔목에 값비싼 시계 구입에 돈을 지출하지 않는다.
한국의 근대사를 보면 경제적 여유가 되거나 예식예물로 등장하는 것이 바로 시계다.
당시 일반 공무원 월급을 서너 달 모아야 겨우 구입할 수 있는 고가이었기에 젊은이들 사이엔 부유층 자녀가 아니면 엄두조차 낼 수 없었던 귀중품이었다.
뜬금없이 왠 시계 타령을 하는가 하지만, 사실 우리가 쉽게 지나치는 시간의 개념을 알아보려 예를 들었다.
100년 전 초기 이민자들의 시간은 무척 느렸을 것이다. 하와이 농장에서의 하루해는 무척 길었다. 왜소한 동양인의 체력적 한계는 물론 자신의 존재감조차 돌아볼 여유가 없을 정도의 강한 노동으로 하루해가 빨리 저물기 바랐었기에 당시 시간이 느리게 지난다 생각했었을 것이다.
나는 디지털 시계보다 아날로그 기계식 시계를 선호한다. 사실 초침이 1초에 째깍 한번 움직이는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최근에서야 알게 되어 감동을 받았다. 고가의 시계로 올라갈수록 1초를 움직이려면 초침이 적어도 3번 이상 움직여야 한다는 과학적 사실이다. 눈 깜박할 정도의 미세한 움직임이 어쩌면 우리네 이민사와 많이도 닮았다.
미 주류사회 층의 한번 노력에 비해 적어도 서너 배 땀을 흘려야 된다는 점에서 그렇다.
유서 깊은 어스틴에는 두 개의 시계가 동시에 움직이는 특이한 도시다. 하나는 현대기술력의 최정점인 반도체 산업의 집합체가 집결하고 있는 디지털 시계이고, 또 다른 하나는 여전히 옛것을 고집하는 아날로그 기계식 시계적 도시문화다.
타 도시와는 달리 조용한 아침을 여유롭게 맞이하는 다소 느릿 느릿한 텍사스 문화가 남아있는 곳이기에 한인사회 역시 분주하지 않고 차분한 모습을 보인다.
텍사스 주도인 어스틴, 교육과 행정도시 답게 사람들의 발걸음과 행동양식도 품격을 가졌다.
다시 말해서, 시간적 여유와 다양한 문화가 오랜 세월 동안 공전하면서 잘 유지되어 왔기에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시간여행을 하는 것 같다.
정신없이 달려온 수많은 이민자의 삶에서 여유를 찾기란 쉽지 않다.
각설하고 어스틴을 방문하면 급할 것 없이 조금 천천히 걸을 수 있어도 괜찮다.
우보(牛步)란 말이 가장 잘 어울리는 도시이다.
휴스턴 이민문화연구소 최영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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