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낯선 모습이다.
수십년을 함께 살아온 듯한데, 알듯 모를 듯 늘 타인이다.
이 엄청난 괴리감은 단 하나의 너무나도 가볍고 아주 얇은 물체속에 완벽하게 투영되는 안과 밖이다. 지금까지 만난 수백 수천 수만의 페르소나다. 이 사람이 누구인지에 대한 질문이 생기고 난 후로 아직도 이 질문에 대한 분명한 답을 알지 못한다.
누구세요? 당신은?
물음이 골똘해지는 날은, 하염없이 걸어 보기도 한다.
어떤 곳 구석 자리에 앉아 10시간을 꼼짝도 않고 시간을 잃어버리기도 일쑤였다.
참 어리석은 헛수고이지만, 사실 얻은 것도 있다.
그러다 보니 생긴 습관이 궁금할 때마다 그에게 질문을 하는 것이다.
왜 그래야 해? 그게 옳은 선택일까? 더 좋은 방법은 없어? 어떻게 할 거지?
이러한 질문 때문에 사사건건 부딪치는 경우가 더러 자주 있다.
‘이 옷을 사야 할까? 왜 이게 꼭 필요해? 그것 없으면 벗고 다녀?
그건 낭비야! 다음 기회까지 미루어 봐! 분명 필요하지 않을 꺼야!’
‘이 여행을 가야할까? 어떡하지? 이것만은 양보할수가 없어! 버킷리스트야! 그럼 뭘 포기해? 결국 너 하고싶은거 다하잖아? 그렇네? 그럼 언제 누굴 돌아봐? 10억 가졌을때? 100억 가졌을때? 죽을때?’
‘죽기전까지 아프리카에 우물 하나 파주자던 희경이 부탁은 어떡해? 가난한 교회는 어떡하고? 지하방 소윤이는 밥도 없는데? 굿 네이버스 에드린은 너무 가슴아파? TV나온 독거노인 그 집은? 내 이웃은? 내 언니는? 불쌍한 조카 진수는?’
배가 너무 불러 세상만사 원하는게 없이 나른할 때, 비싼 핸드백을 들고 모임에 갔다올 때, 그 속에 그는 참으로 인간적이고도 가련한 슬픔을 동시에 느낀다. 이기심에서 물러서거나 이타적인 아량을 관철하지않는 가장 편협된 결정장애를 가져오는 이기적인 타협은, 결국 여러 이유와 명분으로 스스로를 합리화 시키며 때론 스스로 위안까지 한다.
한끼의 끼니가 없는 사람들의 절망이 이 세상 구석구석 보이지 않는 눈물로 가득 하다는 것을 동시에 떠올리면서도, 눈을 찔끈 감아버리듯, 세상의 슬픔들로 부터 마음의 눈을 감아 버리는 것이다. 이러한 죄책감은 심할 때는 꽤 오랫동안 따라 다니며 괴롭히기도 한다.
그러다 언젠가부터 나의 주님을 끌여들였다.
‘나를 가장 잘 알고있는 나의 친구 주님! 당신의 생각은 어떤 걸까요?’
‘이 선택이 당신이 보시기에 좋으신가요?’
보여지고 있는 이의 욕망과, 보고 있는 이의 연민의 줄다리기,
이것은 회피하고 싶은 내속에 내가 너무 많은 가면들과 함께 살아가고 있는 형벌,
선택의 자유를 주신 천상의 숙제 때문이다.
내가 가장 궁금해야 할 사람, 남이 아닌 나에게 질문해야하는 이유, 나는 어떻게 살고 있지?
나는 어떻지? 이 선택은 나와 누군가를 위해 최선인지, 행복의 가치와 기준은 무엇인지,
나를 찾는 시간, 내 삶에 영향을 주는, 내 삶을 좌우할 나 자신, 나를 알아 차리는 것,
스스로의 질문은 내게 스스로의 영감이다. 호기심과 관찰이다. 나를 바꾸는 것은 질문이다.
어느 날 갑자기 나를 빤히 바라다 보고있는 모습에 무척 놀란 후부터,
아니 더 정확하게 충격을 받은 후부터, 거울을 들여다보는 횟수가 줄어 든건 사실이다.
극구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나이에 비례하는 변화 때문만은 아닌 다른 이유가 있다면,
분명한 게 하나 더 있다. 속이 끝까지 훤히 들여다 보이는 가련하고 이기적인 한 인간의 노쇄한 모습이 너무 애처롭게 바라다보고 서 있었기 때문이다.
이젠 제발, 더 이상의 질문을 하지 말아달라는 듯, 곧 눈물이 쏟아질 거 같은 퀭한 두눈은 욕망을 따라 급급하게 살아온 시간의 주름사이로, 한줄기 빛나는 영혼의 길을 따라 나아갈 간절함 인양 아득한 메아리에게 묻고 있다.
당신은! 정말 누구세요? 혹시 저를, 아시나요?
2024.03.17. 저녁에 거울을 보다가
김 엘리사 chalet70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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