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례적 공개 출마 “구태 버리고 원칙 바로 세우겠다”
한인회장 향해, ‘정관 위반 및 정치적 중립 훼손’ 직격탄

By 코리안저널 데스크
info@kjhou.com
휴스턴 한인 사회의 거버넌스(Governance, 비영리 단체의 투명한 의사결정 체계 및 운영 구조)가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지난 1월 22일, 휴스턴 한인회 김제이(Jay MacLean, 한국명 김제이) 이사가 공식 기자회견을 통해 차기 이사장 출마를 선언하며 한인회 운영의 전면적인 개혁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번 출마는 통상적으로 이사회 내부에서 조용히 선출되던 관행을 깬 매우 이례적인 공개 행보로, 젊은 리더십을 갈망하는 한인 원로들과 전직 회장단 사이에서도 지지 여론이 형성되며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한인회는 개인의 사조직이 아니다”
이날 출마 기자회견에서 김제이 이사는 김형선 신임 회장의 운영 방식을 강하게 비판했다. 김 이사는 “김형선 신임회장이 휴스턴 평통회장 시절처럼 마음대로 하려 하고, 우리 이사들은 철저히 무시하고 있다”며, “한인회는 회장 한 사람이 단독으로 결정하는 곳이 아니라, 이사회와 함께 프로그램을 만들고 협력하는 ‘팀워크’가 핵심인 조직”이라고 강조했다.
김제이 이사는 김 회장이 “내가 알아서 하니까 다른 사람들은 다 빠지라”는 식의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고 폭로했다. 이러한 문제점을 지적하자 오히려 한인회 측에서는 자신을 “회장을 괴롭히는 사람” 혹은 “젊고 경험 없는 여성이 프레임을 만든다”며 비하하고 있다는 것이 김 이사의 주장이다. 김제이 이사는 “나는 대단한 사람은 아니지만, 원칙대로 하자는 것뿐”이라며, 한인회가 회장 개인의 판단에 의해 좌우되는 위험한 구조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치적 중립 의무 위반 및 법적 리스크 지적
김 이사는 공식 서한을 통해 김형선 회장의 행보가 비영리 단체의 존립을 위협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 이사가 지적한 핵심 사안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정치적 중립성 훼손 관련, 지난 1월 13일, 한인회관에서 특정 정당 소속 정치 후보자(Christian Menefee)를 초청하고 선거 정보를 SNS 등에 공유한 사건을 언급하며 김 이사는 “이사회 승인 없이 단독 판단으로 진행된 이 행위는 미국 연방 세법(IRC §501(c)(3))에 따른 비영리 단체의 정치적 중립 의무를 위반한 것이며, 한인회의 비영리단체 지위를 위태롭게 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라고 직격했다. 둘째, 정관 무시 및 절차적 하자 관련, 김 이사는 이사회의 사전 협의 없이 회장 취임식 일정과 ‘한인 동포 대상 정책 설문조사’를 강행하려 한 점을 지적했다. 이는 한인회 법인의 운영이 이사회의 관리·감독 하에 있어야 한다는 정관 제4조 4.01항을 정면으로 위반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끝으로 외곽 조직 운영의 불투명성을 언급했다. 김 이사는 김형선 회장이 이사회 승인 없이 다수의 외곽 조직을 병렬적으로 운영하고자 하는 정황이 여럿 보이고 있다며 “법적·재정적 책임 구조를 무너뜨리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이사회 전격 연기 속 긴장 고조
당초 크리스토퍼 권 전 이사장의 사임으로 공석이 된 이사장직을 선출하기 위한 이사회는 2월 9일로 예정되어 있었다. 그러나 김 이사는 김형선 신임 회장이 “안건을 내실 있게 준비하겠다”는 명목으로 이사회 일정을 2월 16일(월) 오후 7시로 일방적으로 연기 통보 한 문제도 제기 했다.


UN 현장 8년 경험…“유리벽 깨고 화합의 방향으로”
일각에서 제기하는 ‘경험 부족’ 프레임에 대해 김 이사는 자신의 전문성을 증명하는 이력을 공개했다. 김이사는 20대 시절 약 7년 8개월 동안 이라크 등지의 유엔(UN) 현장에서 근무하며 분쟁과 대립 대신 ‘평화와 공존’의 방식을 몸소 익혔다며 “군인들과 함께 사선을 넘나들며 배운 것은 승패가 아니라 서로 다른 우리가 함께 공존하는 방식이었다”며, 자신의 경험이 한인회의 갈등을 봉합하는 데 쓰이길 바란다고 전했다. 김 이사는 “한인 사회의 구태를 벗고 변화해야 한다”고 느끼는 원로들과 전직 회장단 사이에서 실질적인 지지로 이어지고 있다며, “인맥에 기대지 않고 오직 원칙과 화합을 위해 일하고 싶다”며, 한인 사회에 보이지 않게 존재하는 ‘유리벽’을 깨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였다. 특히, “이사장이라는 자리는 누군가의 뜻을 관철하는 자리가 아니라, 한인회가 잘 운영되고 이사회가 제대로 작동하도록 만드는 자리”라며, 책임을 다해온 이사 한 분 한 분의 의견이 실제 운영에 반영되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화합과 통합도 강조했다. 김 이사는 새로운 세대의 한인회장과 이사회가 균형 있게 협력하는 ‘투톱 체제’를 제안했다. 이를 통해 갈등이 아닌 참여, 분열이 아닌 신뢰를 회복하겠다는 구상이다. 김 이사는 “오늘의 선택이 개인을 위한 것이 아니라 휴스턴 한인회의 다음 세대를 위한 선택이 되기를 바란다”며, 이사장이 된다면 변화하는 한인회와 함께 일할 모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덧붙였다.
임원 및 인적 구성은 한인회의 운영 권한
한편, 김제이 이사의 이러한 문제 제기에 대해 김형선 회장은 즉각 반박에 나섰다. 본지와의 통화에서 김 회장은 제기된 의혹들에 대해 해명하며 운영상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우선 정치적 중립성 훼손 논란이 된 첫 번째 행사와 관련하여, 김 회장은 “해당 행사는 한인회가 주최한 것이 아니며, 본인은 축사를 위해 참석했을 뿐”이라고 일축했다. 이어 “주최 측인 나카섹 텍사스(NAKASEC TEXAS)에서 결선 투표 대상자 두 명을 모두 초대했으나 한 명만 참석한 것”이라며, “나카섹은 한인회관에 입주해 있는 단체일 뿐 한인회 운영과는 전혀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이사회 사전 승인 절차 미이행 지적에 대해서도 “한인회는 정관에 따라 독자적으로 행사를 운영할 권한이 있다”고 밝혔다. 김 회장은 “이사회는 부동산 거래 등 중대한 사안에 대해 사전 동의를 구하는 기구이지, 운영상의 모든 세세한 사항까지 동의를 구하는 곳은 아니다”라며, 이사회의 본질적인 역할은 한인회가 성공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임을 분명히 했다.
이취임식 관련해서는 “당선증 수령 당시와 신년사에서 이취임식 일정을 이미 안내했고, 설날 행사를 통해 비용을 최소화한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며 문제 제기에 대한 아쉬움을 표했다. 외곽 조직 운영 관련 문제 제기에 대해서는 “한인회 임원 및 인적 구성은 한인회의 운영 권한이자 회장의 고유 영역”이라며, 김 이사의 주장은 한인회와 이사회의 역할 혼동에서 비롯된 부적절한 문제 제기라고 지적했다. 이어 “같은 문제 제기라면 한인문화원, 한인학교 행사 일정도 이사회 승인이 필요하게 된다”고 반박했다.
성숙한 한인 사회 ‘성장통’
이번 사태를 두고 한인 사회 내부에서는 자칫 깊은 갈등으로 번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시각도 적지 않다. 그러나 김제이 이사의 문제 제기가 단순히 개인을 겨냥한 공격이 아닌, 한인회장과 이사회가 균형 있게 협력하는 ‘투톱 체제’를 통해 분열 대신 신뢰를 회복하자는 목표를 분명히 하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김형선 회장 또한 “모든 한인 사회 구성원이 기꺼이 나와 봉사하고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최우선 가치”라며 화합의 메시지를 던졌다. 결국, 양측의 주장은 ‘더 나은 휴스턴 한인회’를 만들겠다는 지점에서 그 궤를 같이하고 있다. 이번 논란은 한인회가 더 나은 운영 구조(Governance)를 확립하고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한 건강한 진통이기도 하다.
‘아픈 만큼 성숙한다, 비 온 뒤에 땅이 더 굳어진다’는 우려 대신, 치열한 토론과 검증을 통해 더 단단하고 투명한 한인 사회가 탄생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오는 이유다. 차기 이사장을 선출하는 오는 2월 16일(월) 오후 7시 이사회가 휴스턴 한인회의 새로운 이정표가 될 수 있을지 동포 사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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