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할 시간도 모자라는데!…”
안잘두아스 국경과 레이노사 사이에는 3개의 강이 흐른다.
맥알렌 남쪽 밀리터리 로드를 따라 쭉 뻗은 야자수 가로수길 끝에는 시속20km의 표시와 언제든지 닫힐지도 모르는 첫번째 게이트가 시작되는 안잘두아스 국경이 있다.
통행료를 내는 두번째 게이트를 지나면 휘어진 길이 시작되고 그 길은 마치 지면에선 누구도 범접할 수 없다는 듯 허공을 가르며 공중에 높이 떠 있다.
높고 긴 이 길의 한가운데 지점쯤 불이 반짝이는 패트롤이 보이는 곳은 미국측의 마지막 초소, 이제 그곳 부터는 38선 너머의 비무장지대 같은, 어느 쪽의 보호도 받을 수 없는 듯한 중간지점에서 저 쪽 경계가 시작된다.
파주 통일각을 지나 도라산 역으로 가던 길, 강원도 고성군 통일 전망대를 가던 길, 38선을 지나는 곳곳 자주 보이던 그 철조망이, 이 곳에도 있다.
양쪽으로 겹겹이 둘러쳐져 있는 가시 철조망의 길, 공중의 이 길은 양국 노동자들이 매일 검문 검색을 받으며 통과하는 길, 불법 체류자들의 염원의 길, 이 길의 아래는 높이를 알 수 없는 낭떠러지이다.
나는 매일 새벽 이 길을 건넌다.
낭떠러지 아래는 온통 수묵화,
사방을 알 수 없는 끝없는 안개 바다,
폭신한 안개에 묻혀 둥둥 떠 있는 나무들, 각각의 자리에 고요한 섬이다.
가까운 듯 너무 먼 외딴섬, 저 안개속을 지나야 다가갈 수 있는 섬,
보이지 않는 철조망을 두른 섬, 어제도, 오늘도 사람들은 너와 나 사이의 경계를 만들며 산다.
사소한 갈등이 단절이 되고 높은 벽이 되고, 어느 날 우리는, 가시철조망을 친 국경이 되기도 한다.
인간만이 가진 흔히 감정이라는 것,
내면의 얼굴속에 나를 묶어 놓은 인간에 대한 부조리는 인간성을 탐험하는 외진 고립에 나를 빠지게 한다. 아니 때론 더 자학적인 자발적 소외를 불러오기도 한다.
모든 경계가 사라진 몽환적 풍경을 빠져나오면, 그 길의 끝에 Mexico…
빨간 글씨가 쓰여진 마지막 관문을 통과하면 기관총을 든 멕시코 군인들이 차량내부를 점검한다.
나는 매일 저녁 이 국경을 통과해야 집으로 온다.
안개 자욱하던 그곳은 어둑어둑 수풀 천지, 이쪽과 저쪽의 땅 사이로 강물이 흐른다.
단절과 경계의 건너지 못하는 거리 그러면서도 화합과 순응을 이루며 흘러가는 저 강물은,
공중을 가로 지른 좁은 길을 넘나드는 철조망 속 사람들의 속내를 알고 있을까?
저녁 어스름을 품은 작은 강에게 속삭인다. “나 오늘 누굴 조금 미워했단다”
도도하게 흐르는 두번째 강물이 휘어지며 웃는다. “오늘도 똑같은 말하네”
넓고 긴 큰 강을 따라 나도 씨익 웃는다. “사랑할 시간도 모자라는데!…”
김 엘리사 (chalet70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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