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집 대문이 활짝 열려 있다.
어머님은 이른 아침부터 낡은 철 대문을 힘들여 열고,
텅 빈 마당에 속속 채워질 자식들의 자가용 자리를 상상하고 계실 것이다.
넓은 마당을 서성서성 웃자란 잡초들을 뽑으시며 이제나 저제나
당도할 자식들을 기다리고 계실 것이다.
헛간에 주렁주렁 매달린 마늘 묶음, 시래기 묶음, 크고 작은 호박덩이들,
숫자를 나눠 보따리를 만드실테고, 된장, 고추장, 간장을 나눠 담으시느라 씻어 말린 비닐봉지, 플라스틱 통들을 찾으시느라 바쁘실 테다.
차 소리를 듣는 순간, 신발 한 짝 신는 둥 마는 둥 급히 마당으로 나와 성큼 아들 손을 잡고
“왜 이케 홀쭉하냐?” 시며, 기쁨을 감추지 못하시는 얼굴에 잠시 한없는 행복에 젖으시다가, 어느새 곧 내일이면 훌훌 서울로, 부산으로, 떠나가 버릴 자식들 생각에 시무룩 해 지실 것이다.
속속 도착하는 자식들이 풀어 둔 내의며, 털 조끼, 쉐타, 겨울 버선,
그리고 현금용돈 봉투 등을 방 윗목에 펼쳐 놓으시고, 철이 지나 봄이 올때까지
그걸 들여다보시며 휑한 툇마루를 들락거리실 것이다.
땅에 묻어둔 튼실한 무우 몇 개를 찾은 큰 며느리는 썩둑썩둑 깍뚝 썰어 달군 가마솥에 소고기를넣고, 방앗간에서 갓 온 참기름 듬뿍 뿌려, 크고 길다란 나무 주걱으로 들들볶고
무우를 넣고 우물물 몇 바가지를 부어 온 집안에 고소한 참기름, 소고기 탕국 끓는 냄새를 제일 먼저 풍기기 시작할 것이다.
옹기종기 가마솥 앞에 모여든 동서들은 나뭇가지 땔감을 부지런히 갖다 나르며
아궁이에 불을 때고, 부지깽이 너무 휘적거려 불을 끄트리는 서울 막내를 마루에 가서 지지미 굽는거나 도우라며 보내실 것이다. 배추전, 우엉전, 대구, 굴, 동그랑땡, 동그란 18세기소세지… 지짐이 냄새가 집안을 뒤덮으면 아랫채 사랑방에 모인 5섯 형제 우두머리신 큰 시숙님께서 “거 배추적이랑 막걸리 한상 차려 갖고 오너라” 시며 분명 명령을 내리실꺼다.
어르신들 마음 가장 잘 아시는 셋째 동서는 종종거리며 당장 술상을 차려내고 뜨끈뜨끈 배추전을 집기 좋게 잘라 접시에 담아 사랑방 남정네들 주문메뉴 명령에 즉각 즉각 대령할 것이다. 시시 때때 상차림 명령을 내리시던 사랑방은 다섯 아들에 둘러 쌓여 세상만사 행복해하시던 시어머님, 시아버님, 다섯 아들들의 끝날 줄 모르던 화기애애 그믐 밤 저녁 올 나잇 불빛~~
주문상을 들고 들락거리던 높고 힘들었던 문턱이 높은 부엌 가마솥 주변은 동서들의 천국, 나물 다듬기, 삶기,무치기, 온갖 맛있는 비빔밥 재료들이 총집합 재탄생 되던 곳, 시어머님 흉보기, 남편 흉보기로 시작된 자식 자랑, 가수, 배우, 드라마, 총 출동, 그야말로 말 잔치 대 잔치가 시작되던 참으로 신나고 더 없이 신기하던 남성금지구역 여성전용 아궁이 거실!
삼시 세끼 또는 중간 샛참 상까지 2인겸상 다섯상을 사랑방으로 대령하고 난 후면 그때부터 드디어 며느리들 식사 시간, 아궁이 앞에 쪼그러 둘러앉아 탕국에 밥 말아 훌러덩 먹어 치우던 다섯 동서들의 2분식사 뚝딱 완료는, 큰 동서가 행동으로 보이시던 며느리 식사 첫번째 원칙!
접어 둔 페이지의 기억들이 줄줄이 따라 나오는 날, 설날 아침 떡국을 이웃 써니부부님네와 같이 먹었다. 떡국 한 그릇으론 너무 아쉬워 우리는 의기투합 맥알렌 컨벤션센터 뒷길을 걷고, 그것도 아쉬워 또 커피를 마셨다. 그것도 아쉬워 몇시간을 더 추가하며 어쩐지 허기진 빈 구석 어딘가를 채워가려 수다를 떨었다.
삐거덕 거리던 대문도, 2인 겸상을 들고 수도 없이 드나들던 부엌문지방도, 마른 콩대를 지피던 아궁이도 남성 특권전용거처 사랑방도, 설날아침 꼬까옷 설빔 한복을 차려입고 차례로 대기하며 세배를 받으시던 어르신들도, 수십그릇 비빔밥을 만들며 설날아침 웃음꽃을 피우던 정 많았던 동서들도 이젠 기억속에만 존재할 뿐, 두서분을 남겨둔 채, 다시는 만날 수 없어 진지 오래다.
시간을 간직하는 온전한 나의 것… 그것은 기억속에 저장된 추억 뿐! 유한한 우리는 기억으로만 재생산되며 산다. 시간은 사라져 가도 기억은 쌓인다. 그것 만이 내가 가질 수 있는 유일한 시간! 고이 접혀있는 페이지를 펼치기만 하면 사라진 시간을 되돌려 그 시절 그 순간으로 돌아갈 수 있는 초능력, 나는 이 비밀과 함께 오늘을 산다.
내게 닥쳐오는 모든 고난, 고통, 또는 슬픔이나 외롬, 기쁨, 행복, 그 어떤 상황도 결코 사라지지 않고 아름다운 기억의 페이지로 쌓아가는 삶의 소풍! 그 위대한 선물의 의미를 나는 자주 되새긴다.
어린시절 일찍.. 푸쉬킨이 내게 알려준 인생의 비밀!! 그것은,
“모든 것은 지나고, 지나고 나면 다시 그리워지기 때문이다!”
2024.02.10(토) 타국의 설날에.
김 엘리사 (chalet700@gmail.com)






![[토요와이드] 이 대통령, 美빅테크 CEO 회동…여야 내홍 격화 7 [토요와이드] 이 대통령, 美빅테크 CEO 회동…여야 내홍 격화](https://kjhou.com/wp-content/uploads/2026/07/Lee-0725-120x86.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