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구 농악단장의 눈물겨운 상봉, “당신이 있어 우리가 있어”
드러내지 않는 ‘효’와 봉사가 만든 요양원에서의 감동적인 순간

By 동자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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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현숙 단장이 이끄는 ‘한나래’ 예술단은 지난 2월 15일(일), 휴스턴의 심장부인 다운타운 디스커버리 그린(Discovery Green)에서 설날맞이 공연을 펼쳤다. 수많은 인파 속에서 한국의 신명 나는 가락을 알린 화려한 무대를 선보였다. 다운타운 심장에서 루나 뉴이어 행사에 한국의 전통을 알리는데 앞장 선 허 단장은 다음 날인 16일에는 한인타운을 찾았다. 허 단장은 바쁜 일정을 쪼개 단원들을 이끌고 ‘레전드오크(Legend Oaks) 요양원’을 찾았다. 허 단장이 무리한 일정에도 요양원 방문을 강행한 이유는 휴스턴 농악단 창시자이자 정신적 지주인 이상진 전 단장이 거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허 단장은 “공연을 도저히 갈 수 없는 스케쥴이었지만 이상진 단장님이 계시다는 소식을 듣고 더 이상 고민하지 않고 무조건 공연을 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허 단장이 그렇게 보고 싶어 했던 이상진 전 단장은 1994년 휴스턴 농악단을 창단해 25년간 이끌며, 지난 2019년 대한민국 정부로부터 국민포장을 수훈 받은 인물이다. 허 단장은 “대선배님이자 휴스턴 농악의 뿌리인 이상진 단장님 앞에서 공연을 올리는 것이 도리라 생각했다”며 이날 공연의 의미를 전했다. 휠체어에 앉아 후배들의 공연을 지켜본 이상진 전 단장의 눈시울이 붉어졌고, 두 신구 단장의 조우는 지켜보는 이들에게 뭉클함을 자아냈다.

어르신이 계신 곳이면 어디든
이 감동적인 자리가 마련되기까지는 숨은 조력자들의 역할이 컸다. 레전드오크의 한인 담당 안리자 매니저는 이번 설날 행사를 기획하고 무대를 만든 주역이다. 안매니저는 요양원에 계신 한인 어르신들이 명절의 기분을 느낄 수 있도록 세심하게 행사를 준비했고, 이 소식은 지역 사회로 퍼져나갔다. 소식을 접한 김형선 한인회장도 만사를 제쳐두고 한걸음에 달려왔다. 김 회장은 이날 행사 내내 자리를 지키며 이상진 전 단장을 비롯한 어르신들의 손을 잡고 새해 인사를 건넸다. 김 회장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헌신하신 어르신들이 계셨기에 지금의 한인사회가 있다”며 깊은 존경을 표했다.
묵묵한 봉사, 가위손 천사
화려한 조명은 없었지만, 묵묵히 어르신들을 섬겨온 이경도 전 한인회 이사의 모습도 이날 행사를 더욱 빛나게 했다. 이 전 이사는 매월 정기적으로 요양원을 찾아 거동이 불편한 한인 어르신들을 위해 무료 이발 봉사를 펼쳐오고 있다. 이날도 그는 어르신들의 곁을 지키며 말벗이 되어드리는 등 봉사를 몸소 실천했다. 이날 레전드오크에서의 만남은 그 어떤 대규모 행사보다 깊은 울림을 남겼다. 누구 하나 앞장서서 생색내려 하지 않았지만, 각자의 자리에서 어르신을 공경하고 전통을 잇겠다는 마음들이 모여 ‘자발적 기적’을 만들어 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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