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온라인 장보기 플랫폼 인스타카트(Instacart)가 인공지능(AI)을 이용해 고객마다 다른 가격을 책정하는 실험을 진행해 왔다는 충격적인 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같은 시간, 같은 매장에서 같은 물건을 주문해도 누가 주문하느냐에 따라 최대 23%까지 가격 차이가 났다. 컨슈머 리포트(Consumer Reports)와 그라운드워크 콜라보러티브(Groundwork Collaborative)가 지난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437명의 자원봉사자를 동원해 4개 도시에서 동시에 같은 품목을 인스타카트로 주문한 결과, 참가자 전원이 서로 다른 가격을 받았다.
시애틀 세이프웨이(Safeway)에서 20개 품목으로 구성된 동일한 장바구니의 총액이 114.34달러에서 123.93달러까지 5가지 다른 가격으로 책정됐다. 최저가와 최고가의 차이는 9.59달러로 8.4%에 달했다. 개별 품목으로 보면 더욱 충격적이다. 워싱턴 DC 세이프웨이에서 판매된 루서른(Lucerne) 달걀 한 판의 가격이 3.99달러, 4.28달러, 4.59달러, 4.69달러, 4.79달러 등 5가지로 표시됐다. 시애틀 세이프웨이의 스키피(Skippy) 땅콩버터는 최저가와 최고가의 차이가 23%에 달했다.

조사 대상 품목의 74%가 서로 다른 가격으로 책정됐으며, 일부 품목은 동시에 최대 5가지의 다른 가격표를 달고 있었다. 개별 품목의 가격 차이는 최소 7센트에서 최대 2.56달러까지 벌어졌다. 연구진은 이러한 가격 차이가 4인 가족 기준 연간 약 1,200달러의 추가 비용을 발생시킬 수 있다고 추정했다. 이는 식료품 가격 상승으로 어려움을 겪는 미국 가정들에게 또 다른 부담이 되고 있다.
인스타카트는 2022년 AI 기반 가격 및 프로모션 플랫폼인 에버사이트(Eversight)를 인수했다. 회사는 10개 소매 파트너가 “단기적이고 무작위적인 테스트”를 진행 중이라고 인정하면서도 “개인, 인구통계 또는 사용자 수준의 행동 데이터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인스타카트 대변인은 “소매업체들이 오랫동안 실제 매장에서 가격 테스트를 해왔듯이, 일부 소매 파트너들이 인스타카트를 통해 온라인에서도 같은 일을 하고 있다”며 “이는 소비자 선호도를 이해하고 필수 품목을 저렴하게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전문가들과 소비자 단체들은 이를 “감시 가격 책정(surveillance pricing)”이라고 비판하며, AI와 개인 데이터를 결합해 개인별 맞춤 가격을 책정하는 더욱 악질적인 가격 전략으로 진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2021년부터 2025년 1월까지 연방거래위원회(FTC) 위원장을 지낸 리나 칸은 “이것은 새로운 게 아니다. 모든 사람에게 최대 가격을 청구하려는 소매업체의 오래된 꿈이 데이터로 강화된 것”이라며 “우리는 공개적인 가격이 있는 투명한 시장에서 비밀 알고리즘에 맞서 혼자 싸워야 하는 불투명한 세계로 이동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사에 참여한 한 어머니는 “재정 문해력을 가르치는 교사로서, 학생들에게 예산 짜는 법을 가르치는데 이런 가격 차별이 있다는 것은 매우 실망스럽다”며 “가격이 공정하지 않다면 어떻게 예산을 세우라고 말할 수 있나”라고 토로했다. 컨슈머 리포트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지난 1년간 인스타카트를 사용한 미국 성인의 72%가 회사가 어떤 이유로든 사용자마다 다른 가격을 책정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인스타카트 쇼퍼들은 자신들이 가격 실험의 참가자라는 사실을 전혀 몰랐으며, 이러한 관행을 조작적이고 불공정하다고 여긴다.
이번 조사 결과는 알고리즘 가격 책정에 대한 정책 논의를 재점화시켰다. 애리조나주 상원의원 루벤 갈레고는 지난 12월 9일 “원 페어 프라이스 법(One Fair Price Act)”을 발의했다. 이 법안은 기업이 개인 데이터를 사용해 개별 가격을 설정하는 것을 금지하고, 다른 이유로 가격 차이를 두는 경우 이를 공개하도록 의무화한다. 갈레고 의원은 “슈퍼마켓에 가면 뒤에 줄 선 사람과 같은 우유 가격을 내는 것을 기대한다”며 “진정한 자본주의에 의해 결정되는 공정한 가격을 받도록 경쟁의 장을 평평하게 만들려는 것”이라고 법안 취지를 밝혔다.
뉴욕주는 지난달 알고리즘으로 설정된 가격에 명확한 고지 의무를 부과하는 법을 시행했다. 캘리포니아, 콜로라도, 펜실베이니아 등의 주에서도 특정 유형의 소매업체에 대해 “감시 가격 책정”을 전면 금지하는 법안을 검토 중이다. 인스타카트는 타깃과 코스트코에 대한 가격 실험을 중단했다고 밝혔으며, 타깃은 인스타카트와 사업 관계가 없다고 밝혔다. 세이프웨이, 코스트코, 크로거는 질문에 답하지 않았고, 스프라우츠는 논평을 거부했다.
소비자들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컨슈머 리포트는 가능한 한 직접 매장을 방문해 쇼핑하고, 장보기 목록을 계획하고 대량 구매하는 등 확실하게 돈을 절약할 수 있는 간단한 습관을 유지할 것을 권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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