뻣뻣한 두다리를 접어 오늘은! 제가 꿇어 앉습니다. 그대여!
꿇어 앉고 일어서기를 거듭한 수만년의 시간은 커다란 무릎 돌덩어리가 되어 나를 기다리고 있었던 그 때를 기억합니다 오늘은!
왈콱 목이 메어 망설이는 나를 가뿐히 태우더니 한쪽 또 한쪽 바위처럼 굳은살이 커진 무릎을 힘겹게 일으켜 세우고, 말없이 묵묵히 사막을 횡단하던 그대여!
누가 떼어 낼 수도 없고 누가 대신해 줄 수도 없는 숙명을 받아들인 바위덩어리!
오늘 아침은 유난히 그대의 무릎에 굳어진 그대의 힘겨운 십자가를 떠올립니다.
그리고 오늘! 이 아침을 감사드립니다.
그대를 기다리던 모든 만물들이 오늘 새벽에 자유와 만세를 외치며 두손들고 찬양하는 것을 봅니다. 천번 만번 거역하며 살아온 꿇지않고 버텨온 무릎이었음을 고백하며 오늘만큼은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용기와 희망 기쁨으로 살기를 간구 하오니 도와 주소서!
어떻게 살 것이냐고 죽음이 물어온 시간들이 실없이 지나고, 세상엔 다시 꽃이 피고, 부드러운 바람이 불고, 하얀 뭉게구름이 흘러가고 사람들은 바삐 각자 어디론가 달려갑니다.
언젠가 우리는 오늘의 아침 예배 이후처럼 모두 파도처럼 흩어질 것입니다.
“메멘토 모리(memento-mori, 죽음을 기억하라)”를 마음에 새길 때 “카르페 디엠(carpe-diem, 이 순간을 살아라)”이 시작된다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 글을 쓰기 시작했다는 한스 할트가 고민했던 시간들이 봄바람으로 불어오는 날 입니다.
생의 유한함을 깨닫는 다는 것이 그리 쉽지만은 않다는 것을 알지만, 천년만년 살 것같이 일상의 군더더기와 욕심을 채우느라 삶의 본질을 잊고 집중하지 않기를 반복할 뿐 입니다.
그러기에 오늘은 유독, 인생의 목표가 잘 사는 것에서 잘 죽는 것으로 바꿔야 한다는 현자들의 찬란한 생의 끝에 남긴 마지막 문장들이 다가옴이 명확해 집니다.
떠난 이들이 남긴 말들이 어느 날 문득 가슴으로 다가오면, 이 순간을 간절하고 충실하게 살아야 한다는 다짐으로, 죽음은 그대와 함께 우리를 늘 깨어 있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알지만, 하루는 너무 바쁘고, 하루는 너무 피곤하고, 하루는 너무 아무 생각 없이 배만 부르면 그야말로 하루하루 그냥 지나가 버립니다.
모든 인간에게 공평하게 허락되는 단 한번의 탄생과 단 한번의 죽음,
두렵고 서늘한 공포, 한 존재의 영원한 소멸,
받아들이고 싶지않은 먼 훗날의 추상적인 과제,
탄생도 죽음도 삶의 일부라는 다소 위안 적인 말들조차 오늘은!
허공 가득 멀리 무지개로 다가오고 멀어지고 또 다가옵니다
언젠가는 반드시 나의 몫이 되는 순간의 오늘이 온다는 거,
‘죽어감’을 통해 ‘살아감’을 배우는 거,
지금 이 순간을 후회 없이 살아가야 한다는 거,
그 보다 더 확실한 삶의 철학은 없다는 것을 오늘은!
그대 앞에 온전히 승복합니다.
그러나,
그러나 오늘은!
약속된 희망으로 그대를 붙잡습니다.
나를 태워 사막을 건너는 그대의 눈물이,
그 눈물이 박혀 돌덩어리가 된 든든한 무릎의 굳은살이,
생의 사막에서 나를 영원히 살리는 것임을 알기 때문입니다.
죄를 의로!
죽음을 부활로!
사망을 영원한 생명으로!
태연한 부활절 오후에 Elisa (chalet70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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