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혼을 앞둔 커플이 있습니다. 두 사람 모두 이혼 경력이 있고 각각 전 배우자와의 사이에서 자녀를 두고 있습니다. 두 사람은 새로운 가정을 꾸리고 싶지만, 지금까지 각자가 모아 온 재산만큼은 각자의 자녀에게 물려주기를 원합니다. 쉽게 말하면 “결혼 전 내 재산은 내 아이에게, 상대방의 재산은 상대방의 아이에게” 돌아가게 하고 싶은 것입니다.
이러한 바람은 텍사스법상 충분히 실현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단순히 유언장 하나를 작성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한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재혼 부부에게 텍사스의 상속법상 어떤 선택지가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혼인 계약 (Marital Agreement)
텍사스법상 부부의 재산은 크게 구분재산 (Separate Property)과 공동재산 (Community Property)으로 나뉩니다. 일반적으로 결혼 전에 소유하고 있던 재산, 그리고 혼인 중 상속이나 증여로 받은 재산은 구분재산이고, 혼인 중 벌어들인 소득과 이를 이용해 취득한 재산은 원칙적으로 공동재산입니다.
그러나 부부는 서면 계약을 통해 이러한 기본적인 재산관계를 상당 부분 바꿀 수 있습니다. 이러한 계약을 혼인 계약 (Marital Agreement)이라 합니다. 혼인 계약은 혼전 계약 (Prenuptial Agreement)과 혼인 후 계약 (Postnuptial Agreement)으로 나뉘는데, 목적은 비슷하지만 체결 시점과 작성 방식에 차이가 있습니다.
혼전 계약 (Prenuptial Agreement)
혼전 계약은 이름 그대로 결혼 전에 체결되는 계약으로, 결혼과 동시에 효력이 발생합니다. 혼전 계약의 특징은 혼인 후 계약에 비해 그 내용을 상대적으로 자유롭게 정할 수 있다는 데 있습니다. 즉, 부부 사이에 다소 불공정하게 재산을 나눈다고 하더라도, 압박이나 경제적 우위를 이용한 불리한 계약을 강요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유효하게 인정됩니다. 이는 결혼 자체가 계약의 대가로 인정되기 때문에 일반 계약처럼 상호 간에 별도의 대가를 주고받을 필요가 없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혼전계약을 통해 각자의 재산에 관한 권리와 의무, 재산의 관리와 처분, 이혼이나 사망 시 재산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등을 폭넓게 정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남편과 아내는 재혼 전 혼전계약에서 각자가 결혼 전에 소유한 재산뿐 아니라 일정한 혼인 후 재산과 그 수익을 어떻게 관리하고 분류할 것인지 정하고, 사망 시 각자의 재산이 각자의 자녀에게 이전되도록 계획할 수 있습니다.
혼인 후 계약 (Postnuptial Agreement)
혼인 후 계약은 이미 결혼한 상태에서 부부의 공동재산을 각자의 구분재산으로 나누는 등 부부 재산을 재분류할 수 있는 계약입니다. 예를 들어 결혼 전 계약서를 준비할 시간이 없어 먼저 혼인신고부터 한 부부라면, 결혼 후라도 혼인 후 계약을 통해 이미 형성된 공동재산을 각자의 이름으로 재분류하고, 이후 발생하는 소득도 구분재산으로 유지되도록 정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결혼 후 두 사람이 각각 벌어 모은 자금과 투자계좌가 공동재산으로 형성되어 있다면, 두 사람은 혼인 후 재산계약을 통해 특정 계좌나 재산을 남편의 구분재산과 아내의 구분재산으로 나누고, 앞으로 취득하게 될 일정한 재산의 성격에 대해서도 정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미 결혼한 부부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계약인 만큼, 어느 한쪽이 경제적 우위나 정서적 압박을 이용해 상대방에게 불리한 계약을 강요했다는 주장이 나중에 제기되지 않도록 더욱 신중하게 작성할 필요가 있습니다. 충분한 재산 공개와 검토 시간을 확보하고, 가능하다면 각자가 독립적인 변호사의 조언을 받는 것이 분쟁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됩니다.
혼인 계약으로 무엇을 정할 수 있을까?
혼인 계약으로 각 배우자의 재산에 대한 권리와 의무를 명확히 할 수 있습니다. 재산의 매매, 사용, 관리, 통제에 관한 권리, 이혼·별거·사망 시 재산 처분 방법, 유언장이나 신탁을 통해 상대방의 사망 시 이익을 받을 권리에 관한 사항 등을 정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남편이 결혼 전에 소유한 주택을 남편의 구분재산으로 유지하고 사망 시 자신의 딸에게 남기기로 합의할 수 있습니다. 아내가 결혼 전에 가지고 있던 사업체와 투자계좌는 아내의 구분재산으로 유지하고 자신의 아들에게 남기도록 정할 수도 있습니다. 이후 각자의 유언장이나 신탁 역시 같은 내용을 반영하도록 작성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부부 사이 자녀가 태어났다면, 그 자녀 양육권과 양육비는 계약으로 미리 정할 수 없다는 것을 유의해야 합니다. 텍사스 법원은 양육비가 부모의 권리가 아니라 자녀의 권리이기 때문에, 이혼이나 별거 당시의 실제 상황에 맞춰 법원이 정해야 한다고 봅니다.
특히 주의해야 할 Homestead
재혼 가정에서 가장 주의해야 할 재산 중 하나는 가족이 실제로 거주하는 주택, 즉 homestead입니다. 예를 들어 남편이 결혼 전부터 자신의 명의로 집을 소유하고 있었고, 유언장에는 “이 집은 내가 사망하면 내 딸에게 준다”고 명확히 적어 두었습니다. 남편이 사망하면 소유권은 유언장에 따라 딸에게 이전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집이 부부의 homestead였다면 생존 배우자가 그 집을 계속 자신의 homestead로 사용·점유할 수 있고, 상속인인 딸은 함부로 그 집을 분할하거나 생존 배우자를 내보내지 못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homestead 권리는 적절한 혼전계약을 통해 포기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내 집은 내 자녀에게 남긴다”는 것이 중요한 목표라면 단순히 유언장에 집의 수익자를 지정하는 데 그치지 않고, 배우자의 homestead 권리를 어떻게 처리할지도 함께 검토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서로의 가족과 자녀를 보호하기 위한 약속
“내가 평생 모은 재산은 내 아이에게 남겨주고 싶다.” 재혼을 준비하는 부모에게 이는 자연스러운 바람일 수 있습니다. 그리고 텍사스법상 이러한 목표를 실현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합니다. 그러나 혼전계약 한 장이나 유언장 한 장만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먼저 혼인계약을 통해 각자의 재산관계를 명확히 하고, 유언장이나 신탁을 통해 사망 후 재산의 흐름을 정하며, 다른 재산의 운영도 같은 방향으로 맞추어야 합니다. 또한 가족이 거주하는 집이라면 생존 배우자의 homestead 권리도 별도로 검토해야 합니다.
각자의 자녀들이 부모의 사망 후 서로 재산을 두고 다투게 하는 것보다는, 재혼을 시작할 때부터 서로 명확하게 정해 두는 것이 훨씬 좋은 방법이라는 것은 실제 사건을 통해 보아왔습니다. 그리고 이것은 서로의 가족과 자녀를 보호하기 위해 미리 정해 두는 서로 간의 약속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 본 칼럼에서 사용된 사례는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각색된 것으로, 실제 의뢰인의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일부 내용이 변경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 이 글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것으로, 개별 사건에 대한 법률 상담이나 법적 조언을 제공하는 것이 아닙니다. 실제 사건이나 법적 문제는 개별적인 사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반드시 변호사와의 개별 상담을 통해 정확한 법률 자문을 받으시기 바랍니다.
Debby Sung, 텍사스주 변호사
The Sung Law Firm
346-850-3739
debby@thesunglawfir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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