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학생에서 은행장까지, JP 박 행장의 피플 비즈니스
한인타운에서 시작, 다민족과 함께 걷는 커뮤니티 은행

By 동자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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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스턴에 본사를 둔 아시아계 금융기관 세계은행(Global One Bank)이 지난 9월 9일 출범 3주년을 맞이했다. 무일푼 유학생으로 미국 땅을 밟아 텍사스 아시아 은행계의 중심 인물로 자리매김하기까지, JP 박(박정호) 이사회 의장 겸 CEO·행장의 삶은 결단과 도전의 연속이었다. 정치를 꿈꾸던 청년이 “사람의 마음을 얻는” 피플 비즈니스(People Business)의 본질을 금융 현장에서 실현하며, 한인 사회를 넘어 다민족 커뮤니티를 하나로 결집시키며 은행의 성장을 이끌고 있다.
유학생에서 호텔경영, 금융까지, 텍사스에 내린 뿌리
JP 박 행장의 이민사는 1982년 12월 30일 하와이 유학길에 오르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BYU 하와이 캠퍼스에서 호텔경영학 학사를 마친 뒤, 1985년 9월 네바다주립대학교 라스베이거스(UNLV) 대학원에 진학하여 호텔경영학 석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당시 정식 절차를 거쳐 미국 호텔경영학 석사를 취득한 한인은 박행장이 두 번째에 해당하는 이례적인 이력이었다. 1987년 1월 12일 달라스에 정착한 박 행장은 와이아트 캐피테리아(Wyatt’s Cafeteria)와 세븐일레븐의 모회사였던 사우스랜드 코퍼레이션(Southland Corporation) 등 미국 유통 현장에서 5년간 치열하게 근무하며 서비스 비즈니스의 생태계를 익혔다. 이후 부인과 함께 10년간 의류 사업을 번창시키며 현장 감각과 비즈니스 마인드를 다졌다.
범죄예방위원회 창설과 첫 은행 설립
박 행장의 지역사회 봉사 정신은 1990년대 후반 달라스 한인 사회의 위기 속에서 빛을 발했다. 외부 우범 세력과 험악한 분위기가 한인 상권을 위협하자, 40대 초반이었던 박행장은 이민 선배들의 뜻을 모아 ‘달라스 한인 범죄예방위원회’를 직접 창설하고 회장직을 맡았다. FBI와 긴밀히 협조하여 상권 보호와 사회 정화에 앞장섰던 이 위원회는 현재까지도 해체되지 않고 이어지고 있다.
금융계의 신화로 불리는 박 행장의 은행 설립 도전은 199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금융업 관련 경력이 전무했던 박행장이었지만 인맥과 사회성으로 한인 뿐 아니라 타민족 자본가들과 함께 뜻을 모아 당시 박행장은 210여 명의 주주로부터 250만 불을 모으는 등 총 500만 불 규모의 자본금을 유치하며 법인 설립에 바짝 다가섰다. 그러나 1999년 달라스 한인회장 선거 파동과 법정 공방 등 지역 사회의 혼란이 겹치면서 소중한 자본금이 흩어지는 첫 번째 고배를 마셔야 했다.
46세 ‘맨땅 헤딩’으로 입문 ‘셸 차터’ 신화
금융 경력이 전무했던 박 행장은 2000년 10월 1일, 46세의 나이에 윌셔뱅크 달라스 LPO(대출출장소) 소장으로 금융계에 입문했다. 초임 당초 제시받은 연봉 보다 높은 연봉을 협상해 입사한 박행장은 LA 본사에서 단 3일간의 SBA 대출 교육을 받은 뒤 스스로 두 달간 SOP 규정집을 독학하며 대출 전문가로 거듭났다. 2001년 당시 타주 지점 설립 규제로 윌셔뱅크의 텍사스 진출이 막히자, 박 행장은 네트워크를 동원했다. 어스틴의 랜돌 제임스(Randol James) 전 텍사스 주 금융감독관(Texas Banking Commissioner)을 찾아가 합병 후 남아있는 ‘껍데기 인가(Shell Charter)’ 매입이라는 법적 해법을 찾아 냈고, 3년간의 노력 끝에 2004년 알링턴의 한 은행 Shell Charter를 Wilshire State Bank의 이름으로 매입했다. 그리고 2005년 5월 31일 달라스 로열레인(Royal Ln)의 카센터 건물을 철거해 윌셔뱅크 첫 타주 지점을 직접 건축하고 오픈했다. 당시 윌셔뱅크 행장으로부터 ‘새끼 행장’이라는 별명을 얻었고, 박행장의 사수였던 조앤 김 전 행장으로부터는 “JP 박은 모르는 일이 있으면 외부 전문가를 데리고 와서라도 반드시 해낸다”는 깊은 신뢰를 받았다고 전해진다.
은행은 사람의 마음을 얻는 피플 비즈니스
학창 시절 정계 진출을 꿈꿨던 박 행장은 은행을 경영하며 “정치와 금융의 본질이 같다”는 철학을 확립했다. 박행장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정치가 돈이 아닌 마음을 가지고 올바른 가치를 펴는 일이라면, 비즈니스는 돈을 매개로 가치를 전하는 일입니다. 결국 은행도 사람과의 관계를 맺고 마음을 얻어야 하는 ‘피플 비즈니스(People Business)’입니다”라고 강조 했다.
현재 세계은행을 이끌고 있는 박 행장은 이사회로부터 위임받은 인사권, 경비 지출권, 경영 전략 결정권이라는 3대 권한을 바탕으로 소신 경영을 펼쳐왔다. 금융업계에 근무하던 과거부터 현재까지 외부 경력자를 스카우트하기보다 대학 졸업생을 직접 채용해 엄격히 훈련시키는 인재 육성을 고집해 왔다. 그 결과 텍사스 내 한인 은행들, 특히 휴스턴 지역 은행의 지점장 및 매니저급 인물들이 박행장의 손을 거쳐 배출되었다. 특히, 박행장은 “뱅커는 반관반민(半官半民)의 공무원 마인드를 가져야 한다”며 개인적인 사리사욕을 버리고 명예와 커뮤니티 봉사를 최우선으로 삼는 리더십이 우선 되야 한다는 금융 철학을 강조하고 있다.
수치로 증명된 세계은행 3년, 폭발적 성장
2023년 1월 5일 채플힐 뱅크(Chappell Hill Bank)를 인수하며 닻을 올린 세계은행(Global One Bank)은 출범 3년 만에 압도적인 성장 지표를 올렸다. 연방준비은행(Fed), 연방예금보험공사(FDIC), 텍사스주 금융국 등 3대 감독국의 까다로운 심사를 통과하고 3,500만 불이 넘는 현금 자본금을 직접 유치해 설립된 세계은행은 불과 3년 만에 체급을 대폭 키웠다.
인수 첫해 $230만 불 적자 구조를 단 1년 만에 극복해 낸 세계은행은 지난해 세후 $474만 불의 순이익을 달성하며 견실한 수익 구조를 안착시켰다. 현재 휴스턴 한인타운 블레이락 지점과 차이나타운 벨레어 지점을 비롯해, 2027년 말 달라스 지점 신축 오픈을 앞두고 있어 총 4개 지점 네트워크도 확장 시켜 나가고 있다. 중소기업청(SBA) 대출에서도 두각을 나타냈다. 지난해 약 8,700만 불 규모의 SBA 대출을 취급하며 전국 11만여 취급 기관 중 상위권, 텍사스 내에서도 선두권에 이름을 올렸다. 직원 수는 출범 초기 한 자릿수에서 40명대로 늘며 ‘작은 은행의 큰 속도’를 숫자로 증명했다.

다민족 커뮤니티와 함께 ‘소통 경영’
세계은행의 예금 포트폴리오는 한인을 넘어 다민족 커뮤니티로 확장되어 있다. 예금 자산 비중은 중국계 35%, 인도계 25%, 한인계 18%, 네팔계 14~15% 및 베트남·히스패닉계로 구성되어 글로벌 금융기관의 형태를 갖췄다. 이러한 성공의 핵심 비결은 매일 아침 8시 45분에 전 지점이 줌(Zoom)으로 참여하는 ‘15분 모닝 미팅(15-Minute Meeting)’이다. 모든 직원이 5개 국어(한국어, 만다린, 베트남어, 우르두어, 스페인어)로 “안녕하십니까”와 “감사합니다”를 외우고 매주 다국어 손님 응대 표현을 익힌다. 어느 인종의 고객이 들어오더라도 모국어로 반갑게 맞이하는 문화가 정착된 이유다. 스킨십 경영 역시 남다르다. 지점 로비를 고급 카페 공간으로 조성해 누구나 편안하게 최고급 커피를 마시며 쉴 수 있도록 문턱을 낮췄다. ‘왕과 사는 남자’, ‘호프’ 등 한국 영화 초청 상영회를 개최해 문화적 감동을 나누고, 크리스마스 파티 때에는 세금까지 내주는 총 12,100달러(상금 10,000달러) 규모의 이벤트도 이어가며 커뮤니티와 함께 하는 은행으로 거듭나고 있다.
한류를 ‘이벤트’가 아닌 ‘관계의 언어’로
박 행장은 타민족 커뮤니티에 명함과 함께 한국 영화와 한국 노래로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왕과 사는 남자’, ‘호프’ 등 한국 영화 초청 상영회를 열어 한인만이 아니라 중국계·인도계·히스패닉 고객에게 한류를 알리고, 송년 파티와 커뮤니티 행사에서는 K-팝과 트로트를 소개학기도 했다. 박행장은 최근 타민족 시니어 행사에서 트로트 ‘내 나이가 어때서’를 AI로 여러 언어로 옮겨 직접 들려주며 “100세 시대에 은퇴란 없다. 주저하지 말고 실행에 옮겨라(Seniors, Be Ambitious!)”고 외쳤다. 노래가 끝나자 시니어 센터마다 한국의 트로트를 따라 부르기 위한 가사 연습 열풍이 일 정도로 반응이 컸다. 박 행장은 이를 단순 이벤트로 보지 않는다. “한류는 한국의 얼굴이고, 은행은 그 얼굴을 일상에서 만나게 하는 창구”라는 생각이다. 영화 한 편, 노래 한 곡이 예금·대출 상담보다 먼저 ‘우리 은행’이라는 소속감을 만들었다는 점이, 예금 비중이 한인 18%에 머물지 않고 다민족으로 퍼진 이유와 맞닿아 있다고 설명했다.
출범 3주년을 맞은 JP 박 행장이 한인 사회에 전한 말은 거창하기보다 친근했고, 커뮤니티와의 동행을 강조했다. 한인타운에서 문을 연 뜻을 잊지 않겠다는 것, 한인 사회와 함께 자라며 다민족 이웃에게도 열린 은행이 되겠다는 것이다. 예금과 대출에 앞서 먼저 커뮤니티의 안부를 묻겠다는 박행장은 “설립 3주년은 은행이 걸어온 시간을 보여 주지만, 그 시간에 어떤 가치를 남겼는지는 커뮤니티가 안다. 커뮤니티가 건강해야 은행도 건강하다”며 건강한 커뮤니티를 위한 은행의 역할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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