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부터 가을까지 팽목 지킨 이경은 총영사 ‘아픔 고백’

By 동자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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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12주기를 맞아 희생자들을 기억하고 그 아픔을 연대로 승화시킨 추모식이 휴스턴에서 열렸다. 휴스턴에서는 매년 4월이 되면 함께맞는비(대표 구보경)를 중심으로 세월호 참사를 10년 넘게 기억하며 추모하고 있다. 이번 추모 기념식은 다큐멘터리 영화 <주희에게> 상영으로 함께 했다. 이번 행사는 잊히지 않는 참사의 고통을 공유하고, 우리 사회의 소외된 이들이 서로의 아픔을 보듬으며 만들어가는 길에 대해 깊이 있게 성찰하는 시간이 되었다. 특히, 이번 행사에는 부임 3주 차를 맞이한 이경은 주휴스턴 총영사가 참석해 참사 당시 수습본부 요원으로서 겪었던 개인적인 아픔을 담담히 고백하며 참석자들에게 깊은 울림을 주었다.
이 총영사, 팽목항 현장의 아픔 고백
이경은 총영사는 추모사를 통해 정부 대표가 아닌 한 개인으로서 2014년 4월 16일의 기억을 꺼내 놓았다. 참사 당시 보건복지부 소속으로 제네바 WHO 회의에 참석 중이었던 이 총영사는 BBC 속보를 통해 ‘전원 구조’라는 보도를 접하고 안도했으나, 18시간의 비행 끝에 마주한 현실은 절망 그 자체였다고 회상했다. 이후 5~6개월간 팽목항과 진도 체육관 수습본부에서 근무했던 이 총영사는 “현장에 도착하자마자 병원에서 나는 냄새가 퍼졌던 현장의 소독약 냄새가 여전히 생생하다”라며 당시의 참혹함을 전했다. 특히 희생된 아이들이 자신의 큰아들과 동갑인 97년생이었다는 사실을 언급하며, 서른 살 청년으로 성장한 아들을 볼 때마다 함께 살아갔어야 할 아이들이 떠올라 마음이 미어진다며 단상에서 쏟아지는 눈물을 참지 못하고 눈시울을 붉혔다.

아픔과 아픔이 만나 연대의 길 닦아
상영작 <주희에게>는 세월호 참사 10주기 당시 휴스턴을 방문했던 경빈 어머니 전인숙 님과의 인연이 계기가 되어 이번 12주기 추모작으로 선정됐다. 부성필 감독은 당초 번지점프를 하는 철규 씨의 모습을 촬영하던 중 세월호 선체 기록원으로 목포항에 갔다가 전인숙 님을 만났고, 이후 장주희 감독의 이야기가 더해지며 중증 장애인, 가정폭력 피해자, 세월호 유가족이라는 각기 다른 아픔을 가진 이들이 연대하는 옴니버스 다큐멘터리가 완성되었다고 제작 배경을 설명했다. 영화는 서로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고 함께 ‘길’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통해 관객들에게 단순한 슬픔을 넘어선 더 넓고 깊은 세상의 의미를 전달했다.
진상 규명 고독한 길에 관심 당부해
영화 상영 후 온라인으로 진행된 관객과의 대화(GV)에서 전인숙 씨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는 진상 규명의 고통스러운 현실을 가감 없이 전했다. 전인숙 씨는 “해경이 20분이면 갈 거리를 4시간 41분이나 끌고 다녔고, 면피를 위해 부질없는 CPR을 이어갔음에도 법원은 책임자들에게 무죄를 선고했다”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특히 책임자가 오히려 유가족에게 소송 비용을 청구하는 기막힌 현실 속에서 진상 규명의 길은 너무나 고독하지만, 해외 동포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연대가 큰 힘이 된다며 지속적인 지지를 당부했다. 전 씨의 호소에 현장에 모인 동포들은 숙연한 분위기 속에서 참사의 교훈을 잊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삶의 태도 돌아보는 성찰의 시간
행사에 참석한 관객들은 영화를 통해 타인의 고통이 결코 남의 이야기가 아님을 깨달았다고 입을 모았다. 한 관객은 “영화 속 인물들의 이야기가 결국 우리 모두의 이야기이자 희망에 대한 나눔으로 느껴졌다”라며, 서로의 아픔이 묘하게 얽혀 있는 모습에서 공동체의 가치를 다시금 느꼈다고 소감을 전했다. 또 다른 참석자는 “픽션이 아닌 실존 인물들의 삶을 대신 살아보는 2시간 동안 중증 장애인이나 가정폭력 피해자의 인생을 처음으로 마주하게 되었고, 부모의 입장에서 세월호 유가족의 심정을 헤아리며 내 자신의 삶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깊이 고민하게 됐다”라고 밝혔다.
기억과 연대로 만드는 안전한 사회
시민단체 ‘함께맞는비’의 구보경 대표는 바쁜 부임 초기 일정에도 자리를 지켜준 이경은 총영사에게 감사를 표하며, 이번 상영회가 참사의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생명 존중의 가치를 공유하는 치유의 장이 되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12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휴스턴 한인 사회는 아이들과 함께 노란 리본으로 상징되는 기억의 약속을 지켜나가며 우리 사회의 비극을 치유하는 연대의 힘을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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