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이 만발한 서울은 그야말로 환한 꽃 천지 4월이다.
인천 공항서 집에 다다르는 길 끝까지 눈을 감고도 훤한 익숙한 거리에서부터 지나는 모든 풍경들, 빌딩사이사이 동네 아파트 또한 저 멀리 보이는 북한산, 남산 중턱 곳곳 어디서든 날 보란 듯이 활짝 꽃을 피운 벚꽃은 마치 수십년을 잊고있다 돌아온 신기한 세상의 환영이라도 하는 듯… 해거름의 여의도 운중로 온통 쏟아져 나온 벚꽃거리 사람들마저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으니 말이다.
넓고 넓은 땅 미국에서, 그것도 텍사스 땅, 그것도 완전 끄트머리 국경지역 시골 맥알렌에서, 쇼핑센터 아님 별 사람을 만날 일이 거의 없는 한가한 길 거리에 점차 적응된 내눈에 펼쳐지는, 지구 반대편의 내 고국 거리 진풍경이 설마 이렇게 까지 달랐었나? 웬 사람들이 거리에 이렇게 많이 걸어 다니지? 카페엔 또 어떻고! 식당도 쇼핑가도 어딜가나 바글바글 줄서서 기다리기, 오늘이 무슨 날인가? 주말도 아닌 평일인데?!
도심지하 수층 깊이부터 시작되는거 같은 여러 지하철 노선의 교차로들, 급경사의 에스컬레이터를 바쁘게 뛰어 올라가는 사람들, 온갖 상점과 오르내림이 어딜 가나 계단 천지네. 일년만에 운전하는 모든 주차장은 선과 공간이 정말 좁아 휴~우 아슬아슬 완전 주차기술 재 습득 필요해!
와~ 맛있는 음식도 군것질 거리도 너무 많다! 요새 완전 잊고 있던 것! 단팥죽, 칼국수, 황금 붕어빵, 육개장, 설렁탕, 섬집 갈치조림, 꽃게탕, 게장정식, 낙지해삼멍게한접시, 마포돼지갈비, 2뿔생고기집, 이천쌀밥 한상… 카페는 또 여기저기 천지네. 서울이든 시골이든 눈만 돌리면 대로변, 옛 골목, 초현대 모던, 아날로그 빈티지, 마음 가는 대로 골라 드나들 수 있는 카페 천국 한국!
물을 만난 물고기처럼 내눈에 익숙했던 서울은 여전히 역동적이고 변화무쌍한 바글거림이 공존하는 곳임을 실감하며 속으로는 내내 탄성을 질렀다. 무엇이 좋고 나쁜것인지에 대한 개념이 아닌 14시간을 넘게 베링해를 지나 날짜 변경선을 건너야만 도달하는 지구 반대편의 풍경은 사뭇 이렇듯 너무나도 다르게 거대한 지구의 수레바퀴 속 각각의 주어진 삶으로 매일 돌아가고 있었던 것이다.
과거와 미래가 동시에 존재하는 지구촌, 빠르게 소비하고 소멸하는 시대, ‘대세’와 ‘알고리즘’에 휘둘리면서도, 첨단기술과 온고지신이 상호작용하며 발전해온 내 나라, 관습과 새로움이 충돌하고, 산업역군 부모세대가 눈물과 땀으로 키운 MZ세대로 부터 틀딱으로 어르신을 지칭하는 비속어가 유행이된 나라, ‘임계장 이야기’ 책이 ‘임시계약직노인장’을 지칭하는 원뜻의 이야기로 베스트셀러가 된 곳, 고용주들이 좋아한다는 ‘고다자’는 ‘고르기 쉽고 다루기 쉽고 자르기 쉬운 노인인력’의 준말을 알고있는 사람은 다 알고 있는 서울, 좌파라는 진보와 우파라는 보수가 죽자사자 격하게 충돌하는 너무 작은 한반도의 반쪽 땅덩어리, 여기저기 걸린 프랭카드의 극단적인 문구들이 주는 아픈 상상을 하며 우리는 그래도 당당하게 목표했던 투표를 수행하였던 것은, 미국 비자가 주는 엄격하고 얄궂은 심사 과정들을 되새기며, 히달고 국경을 틈틈 기웃대는 갈곳없는 사람들의 슬픈 눈동자를 되새기며, 영원한 이방인으로 잠들고 싶지 않은 희망을 되새기며, 내나라에 돌아와서 살아야지 하는, 순전히 개인적인 한가지 신념과 안도의 희망 때문이다.
촌음을 아끼듯 미리 작성한 2주간의 빡빡한 스케쥴에 따라 병원진료와 할일로 오가는 사이사이, 거의 동시의 틈새사이 나는 나의 돈키호테를 찾아 라만차가 되고 만다. 덕수궁 돌담길은 언제나 가봐야만 하는 첫번째 약속장소다. 지하철 시청역 하차, 오후1시 덕수궁 정문 앞에 서 있기, 그다음 우선 서소문 50년 전통 ‘진주 콩국수’를 먹을 것, 그 다음 길건너 나무숲 속 시립미술관을 휘리릭 들릴 것, 그다음 이화여고 교정까지 걸을 것, 교정 내 그린카페에서 커피를 마실 것!
미리 약속도 아닌 번개팅으로 딱 한 친구, 오후1시부터 4시까지 시간을 맞춘 우리는 손을 맞잡고 늘 걸었던 익숙한 돌담길을 지나 늘 익숙한 그 자리 거리의 악사 연주곡을 들으며, 잠들지 않았던 꿈과 희망을 쫒던 그 시절의 광화문 연가 시간속을 찾는다. 길지도 않은 일년만에 보는데도 점점 변해가는 얼굴의 주름, 팔다리 허리 무릎 관절염 소리, 수많은 꿈의 흔적들을 두고 모두 인생의 모험을 떠난 그 시절의 우리들은 어디에서 무엇을 하며 다들 어떻게 살아가는 걸까? 어느새 어른이 되어버린 우리는 추억마저도 혹 잊은 건 아닐까? “내가 내인생 생각하는대로 살지 않으면 살아가는대로 생각하게 된다” 던 수현이는 아직도 열심히 글을 쓰고 있을까? “내가 삶의 우선 순위를 정해 놓지 않으면, 다른 사람이 내삶의 우선 순위를 정할 것이다” 라던 현옥쌤은 여전히 하루하루 참으로 보람되게 정원을 가꾸고 세상에 기여하며 알뜰살뜰히 시간 사용을 실천하고 있겠지?
그리운 얼굴들을 수소문하듯 수다로 찾다가 우리는 3시간만에 다음을 기약했다. 친구들아 잘있어 그리고… 괜찮아, 지금의 우리가 어떤 어른이든!
2024.04.30 4월을 보내며,
김 엘리사(chalet70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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