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릅니다. 그리고 …
![[독자기고 / 송영섭의 흐르는 강물] 고백 1 맥알렌 송영섭의 흐르는 강물](https://kjhou.com/wp-content/uploads/2024/10/맥알렌-송영섭의-흐르는-강물-768x1024.jpg)
모릅니다.
누구인지 내가 누구인지
무엇인지 이 모든 것이 무엇인지
왜 이 모든 것이 벌어지고 펼쳐지고 있는 것인지 왜 왜 왜
말해 무엇하겠습니까!
안다는 것이 무엇이고 모른다는 것이 무엇인지 조차도인데 하물며 무엇인가를 알고 또 모른다는 것에 다다라서야 무슨 말을 발설하겠다고 입을 벌리는 일이라니요 그냥 해보는 것이지요 무엇이 떠오르고 무엇인가 느껴지고 무언가를 또 표현해 보고 싶으니 그저 그저 입을 벌려 소리해 보는 것이지요 그러다가 그런 소리에 끄덕이고 미소짓고 화들짝 놀라 박장대소함에 기쁘고 흥겨워 또 벌리고 또 소리하고 그렇게 왁자지껄 어울려 놀아보는 것이겠지요. 안다는 것이, 모른다는 것이, 인식하고 말하고 공감하며 그렇게 더불어 어울려 살아보는 일이라는게 말이지요.
하지만
압니다.
이렇게 무지 무감한 생을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
얼마나 애틋하고 소중하고 그리운 일이라는 걸요. 아무 때나 누구나 언제나 이런 날 이런 시간 이런 기회 이런 어울림의 날들이 돋아나고 일어나며 계속되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걸요. 가이없는 시간 속에서 처음도 끝도 없는 공간 속에서 밑도 끝도 없는 신비의 인연을 따라 지금 내 안밖에서 동시에 벌어지는 이 모든 불가사의들이 얼마나 무한량한 은총이요 고마움인지를요.
모릅니다. 이 모든 무한한 생명들의 수고와 고투, 씨름과 한숨, 눈물 절망 희망 아픔 그리움들이 “오늘 지금 여기”라는 모습으로 벌어지고 펼쳐지고 누려지고 있는 이 모든 불가사의의 파노라마를 무어라 이름해야 할지를요.
다만 어떤 이는 무한량한 어머니의 마음을 빌어 자비 – 대자대비라 일컬었고 또 어떤 이는 무소부재하신 아버지의 마음을 느껴 아가페 – 무한량한 사랑이라 이름하셨더군요.
그래요. 저는 그 이들의 느낌, 그이의 봄, 그 분의 앎에 저를 의탁합니다. 그렇게 그이네들의 깊고 깊은 느낌-봄-앎에 저를 의탁하며 걸어갑니다.
모르겠어요. 어떤 이는 이를 일러 종교다 신앙이다 믿음이다 혹은 영성이라 이름하더군요. 또 어떤 이들은 요지부동 일점일획을 꽁꽁 묶고 칭칭 동여매어 그 위에 녹아지지 않는 아교풀을 들이어 붓고는 스스로 만족하여 이르기를 교리-절대-무오류라 이름하며 혹이나 그것을 녹이거나 흔들거나 부서뜨릴 것 같은 무언가를 마주하게 될까 전전긍긍 온 몸 온 털끝까지 주먹을 앙쥐고는 눈에 핏발이 서기도 하시더군요.
안스러움과 안타까움 측은한 것이 제 마음일 따름입니다. 그 어머니의 대자대비 그 아버지의 무한량한 아가페가 아득하고 눈물겨울 따름입니다.
그래도 의지하는 것은 그 모든 일들에도 알 수 없는 그 분 손길의 어떤 뜻이 있고, 그 자비하신 큰 마음의 어떤 인연있으리라는 바람 기대 의지하는 마음인 거지요. 그렇게 바라고 의지하고 의탁하면서 오고오는 바람을 맞고 또 멀어져 가는 어떤 풍경들을 떠나보내는 것이지요.
문득 시대를 풍미하며 흐르던 노래 한 소절이 가슴에 피어나는군요.
“한밤의 꿈은 아니리 오랜 고통 다한 후에
내 형제 빛나는 두 눈에 뜨거운 눈물들
한 줄기 강물로 흘러 고된 땀방울 함께 흘러
드넓은 평화의 바다에 정의의 물결 넘치는 꿈
그날이 오면, 그날이 오면
내 형제 그리운 얼굴들 그 아픈 추억도
아 짧았던 내 젊음도 헛된 꿈이 아니었으리
그날이 오면, 그날이 오면
그날이 오면, 그날이 오면.”
다만, 달라진 것이 하나 있습니다.
저는 여전히 ‘그 날’을 꿈꾸지만
저는 더 이상 그 날을 꿈꾸지 않습니다.
‘그렇게’ 그 날을 꿈꾸기에는
저는 제 생을 너무 많이 걸어왔고
역사와 우주는 너무 아득하고 장대한 것을 알아버렸으니까요. 그래서 저는 더 이상 그 날을 꿈꾸지 않습니다.
대신, 저는 날 마다 순간 마다 찰나 마다 “지금-여기”가 바로 그 날이요 궁극이요 영원이요 대자대비하신 아버지 품임을 고백하며 인식하며 알아차리며 걸어가기를 힘쓸 뿐입니다.
나를 떠나 세계가 없듯이
‘지금 – 여기’를 떠나 그 어떤 다른 세계나 궁극 즉 그 날이 없음을 압니다. 제가 세계입니다. 당신이 궁극입니다. 오늘이 그날입니다. 지금이 그 때입니다.
나와 아버지가 다르지 않습니다. 오심즉 여심이요, 내가 아버지 안에 아버지가 내 안에 있습니다. 누구는 상거(inter -being)라고, 서로가 서로 안에 거함. 인연생기하여 일어남. 만물일화. 그렇게 ‘지금- 여기- 그대와 나’가 이미 고향집에 도달해 있고, 실은 우리는 한 번도 고향 어머니 품을 떠난 적이 없다고도 이르시더군요. 혹자는 그를 일라 ‘깨달음/알아차림/궁극을 봄’이라 일컸기도 하는 것 같구요.
하지만 말이야 말일 따름이지요.
그저 말은 실체의 그림자에 지나지 않을 터이니
우리는 그저 말에 끄달려 현혹되지 말고 그 말이 비롯된 자리에 고요히 머무르며 그 말이 돋아난 그 자리에 좌정하여 머물기를 마음모아 힘쓸 따름입니다.
어느새 폭풍도 잠잠하여 지고 저는 아내와 들길을 걸을 시간입니다.
이 현란한 말의 꽃들이 진 자리, 그 끄트머리에서 피어나는 존재의 현묘함을 거닐며 음미하고 숨쉬며 하루의 남은 들길을 걸어가야겠습니다.
님들도 계시는 곳에서 대자대비하신 어머니 품에머무시며, 순간마다 찰라마다 꽃으로 피어나시는 궁국이신 님의 자취에 취해 보시길 바랍니다.
참 고맙고 신비로운
눈물 웃음 고마움 가득한 여행 길입니다.
이 길의 어느 모퉁이에서 문득 그대님 얼굴 맞닥뜨릴 날 그려보며 고마움과 그리움의 인사를 건냅니다.
“나마스떼!”
“그대 안에 숨 쉬고 계신 하나이신 님의 향기에 취하여 고개 숙입니다.”
2024.2.24. 저물녘에.
제주에서, ‘님의 숨결 하나’ 두손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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