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의 삼각지대’ 잣골 전투 생존자… 한국전쟁의 ‘가장 값진 승전’ 꼽혀
1953년 2월 26일. 통합부대로 편성된 벨기에·룩셈부르크 대대가 미 7연대의 우측 전방 지역인 강원 김화 잣골의 주저항선에 배치됐다. 잣골은 중부전선 장악을 위한 전략적 요충지인 이른바 ‘철의 삼각지대’ 내에 있다. 벨기에·룩셈부르크 대대는 배치되자마자 같은 해 4월 21일까지 무려 55일 연속 이어진 중공군의 공격을 막아내는 전공을 세웠다. 한국전쟁 통틀어 값진 승전 중 하나로 꼽힌다.
당시 전투 생존자인 벨기에 참전용사 레이몽 베르(90) 씨는 16세 때 벨기에 군사학교에 입학하며 군에 합류했다. 병장으로 진급한 만 19세에 한국전쟁 참전을 자원해 1952년 11월 부산에 도착, 정전협정 이후인 1953년 12월까지 한국에 있었다.
그는 “한국이 어떤 나라인지 전혀 몰랐지만, 군사학교에서 한반도에 전쟁이 발발했고 사람들이 고통받고 있다는 얘기는 들었다”며 “벨기에가 독일제국에 당했듯, 우리는 전쟁의 고통을 잘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베르 씨는 “우리가 한국인들의 위에 있거나 그들을 점령하러 가는 게 아니라, 도우러 간다는 사실을 잊지 말라고 철저히 교육받았다”며 “현지 민간인들에게 친절해야 한다는 점 역시 주의사항이었다”고 전했다.
한국전쟁 참전으로 얻은 것으로 역시 ‘한국인들과 우정’을 주저 없이 꼽았다. 실제로 당시 벨기에·룩셈부르크 대대에는 다수 한국인도 배속돼 벨기에군으로 참전했다.
그는 여러 차례 방한하며 연을 이어왔다. 코로나19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1년에도 복잡한 검역 절차를 감수하고 한국을 찾았었다. 2012년부터 10년 넘게 벨기에 참전협회장으로도 활동 중이다. 하지만 빠르게 기력이 쇠퇴하면서 27일 현지에서 열리는 기념식에서 연설이 ‘마지막 연설’이라고 했다. “한국에 꼭 다시 가서 한국인 친구들에게 벨기에 초콜릿을 선물하고 싶은데, 주치의가 제 건강 문제로 이번에 갔다간 살아 돌아올 수 없을 것이라고 겁을 주네요. 한국에 가면 꼭 제 전우들에게 안부를 전해주시겠어요?”
<연합뉴스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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