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함 뒤에 가려진 우려와 고언(苦言)”
지난 2월 7일, 많은 동포들의 축하 속에 제35대 휴스턴 한인회장 이취임식 및 설날 잔치가 성대하게 열렸다. 행사장을 가득 메운 인파와 다채로운 준비를 보며, 우리 한인 사회의 저력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다.
필자 역시 한때 한인회장으로서 봉사했던 사람으로서, 앞으로 2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한인회를 이끌어갈 김형선 신임 회장의 어깨가 얼마나 무거울지 짐작이 간다. 그렇기에 전직 회장의 한 사람으로서 신임 집행부의 성공을 누구보다 바라고, 또 적극적으로 도울 마음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있듯 첫 단추를 어떻게 끼우느냐가 향후 2년의 성패를 가늠한다. 이날 행사의 화려함 뒤에 숨겨진,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될 몇 가지 장면들을 목격하며 필자는 깊은 우려와 함께 쓴소리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는 비난을 위한 비난이 아니라, 휴스턴 한인회가 원칙과 상식이 통하는 더 단단한 조직으로 발전하기를 바라는 간절한 명분 때문이다.
첫째, 이임 회장에 대한 예우와 배려가 부족했다. 통상적인 이취임식의 식순과 관례는 떠나는 회장의 노고를 치하하는 ‘이임사’가 먼저고, 그 뒤를 이어 새로운 비전을 선포하는 ‘취임사’가 따르는 법이다. 그러나 이번 행사는 주객이 전도된 듯 신임 회장만을 돋보이게 하는 데 치중했다. 4년간 헌신한 윤건치 회장이 무대에서 “이제 개털회의 신입 회원이 되었다”며 상황을 유머로 승화시켰기에 망정이지, 자칫하면 민망할 뻔한 장면이었다. 새로운 리더십을 강조하는 것도 좋지만, 전임자에 대한 존중 없이는 새로운 권위도 서지 않음을 명심해야 한다.
둘째, 분규 단체 인사의 초청과 축사는 매우 경솔했다. 현재 미주한인회 중남부연합회는 내부 갈등으로 인해 분규 상태에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형선 회장은 양측의 인사를 모두 초청한 것도 모자라, 두 사람 모두를 무대에 세워 축사를 하게 했다. 이는 자칫 휴스턴 한인회가 양다리를 걸치는 ‘박쥐’ 같은 기회주의적 모습으로 비춰질 우려가 다분하다. 도대체 그 저의가 무엇인가? 원칙도 기준도 없이 그저 자신의 인맥을 과시하려는 과욕은 아니었는지 묻고 싶다. 이러한 민감한 사안은 이사회와 충분히 논의하고 신중하게 결정했어야 했다. 독불장군식 행보는 결국 동포 사회의 신뢰를 잃게 만든다.
셋째, 조직 체계와 현직 임원에 대한 존중이 실종되었다. 버젓이 현직 휴스턴 한인문화원장이 존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행사 진행의 중심에 신임 회장과의 친소관계에 있는 초대 문화원장을 세웠다. 사회자가 그를 ‘문화원장’이라 호칭하며 행사를 진행하게 한 것은, 묵묵히 일하고 있는 현 문화원장과 관계자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실감을 주는 일이다. 공적인 행사는 사적인 친분을 과시하는 자리가 되어서는 안 된다. 이는 명백히 권력을 과시하는 행태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필자가 이토록 아픈 이야기를 꺼내는 이유는 단 하나다. 제35대 한인회가 ‘보여주기 식’ 허례허식에 빠지지 않고, 진정으로 내실 있는 발전을 이루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모르면 물어야 하고, 행동하기 전에는 신중해야 하며, 무엇보다 나를 드러내기보다 화합을 위한 행보를 우선해야 한다. 부디 이 고언(苦言)이 분열의 씨앗이 아니라, 신임 회장에게 뼈가 되고 살이 되는 충언(忠言)으로 받아들여지길 바란다. 그리하여 2년 뒤에는 우려를 불식시키고 박수받으며 떠나는 성공한 회장이 되기를 진심으로 소망한다.
전직 휴스턴 한인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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