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월 20일부터 시작될 컨벤션을 위해 하루 전에 도착했다. 어제와 달리 아침부터 흐린 날씨였지만, 우리는 서둘러 M街와 16번街가 만나는 지점에 위치한 NEA(National Education Association)빌딩 지하 3층에 위치한 연회장에 도착했다. 앞으로 이틀간 AAPI 컨벤션이 이곳에서 개최 되기 때문이다.
회의장엔 여러개의 대형 라운드 테이블들이 꽉 채우고 있었다. 일부의 행사 주최자와 참석자들을 만나 가벼운 인사와 대화를 나누게 되면서 이내 낯설음과 어색함을 떨쳐낼 수 있었다. 의외로 많은 이들이 우리훈또스에 대해 알고 있어서 반가웠고 고맙기도 했다.
컨벤션이 시작되고 점점 열기가 고조되면서 최근 미국 각처에서 빈발하며 증가 추세를 보이는 각종 총기 사고의 사회적 심각성을 함께 고민하고 그 대처 방안들을 강구하기 위한 컨벤션에 일원으로 참가하게 되었다는 자부심도 느낄 수 있었다.
이번 컨벤션은 특히 코로나 사태 이후 점점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는 아시안 혐오 현상과 범죄방지를 위해 AAPI에서는 어떤 역할과 활동을 할 것인가에 대해 매 세션마다 초청된 패널들의 활발한 소견 발표들이 있었다.
이틀 동안 진지하게 진행된 이번 컨벤션은 다양한 단체에서 활동하고 있는 패널들과 진행자로 구성된 여섯 세션들로 이루어져 있었다.
패널로 초청된 어떤 이들은 총기 사고의 피해자나 희생자의 가족의 일원으로서 본인들이 겪었던 아픔과 경험들을 생생히 들려주었다. 이들의 아픔과 고통의 사례들을 듣는 내내 회의장은 안타까움과 슬픔에 숙연해지기도 했다.
AAPI 커뮤니티에 미치는 충격에 대한 패널들의 의견 개진과 보도나 매체에서 여과없이 흘러나오는 총기사고와 관련한 부정적인 용어들에 대한 발표와 진지한 토의도 있었다. 끝으로 총기 소지와 시민권리에 관한 법률적인 조언과 검토도 있었다.
이튿날엔 총기 폭력을 종식시키기 위해 AAPI는 무엇을 해야 하며 어떤 방안과 대책들이 마련 되어야 하는 가에 대한 주제를 두고 토의하는 시간을 마지막으로 이번 컨벤션은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이번 컨벤션은 참가자들에게 많은 숙제와 더불어 현안에 대한 다양한 이슈들을 머리를 맞대고 함께 진지하게 고민해 보는 귀한 시간이 되었으리라고 믿는다.
컨벤션 일정이 끝날 즈음에 연방의회의 조지아 주 하원의원인 Lucy McBath의 찬조 연설이 있었다. 본인 또한 Gun Violence의 희생자 가족으로서 누구보다 총기 법안의 폐지와 개선을 위해 적극적인 의정 활동을 하는 의원임을 알게 되었다. 이 분의 진정성이 담긴 뜨거운 찬조 연설은 모든 참가자들에게 커다란 용기를 주었고 격려와 감동으로 다가왔다.
그녀의 메시지에 담긴 Against Gun Violence 운동의 필요와 당위성에 대해선 모두가 크게 공감하였다. 체험에 기초한 연설인 만큼 울림이 컸고 커다란 동기부여도 되었을 것이다. 이번 컨벤션을 통해 총기폭력이 이 사회에 얼마나 널리 만연해 있고, 그 폐해의 심각성과 당면한 위험성에 대해 모두가 새삼 깊이 인식하고 깨닫게 되는 계기도 되었으리라고 본다.
총기 폭력 사고의 감소와 저지를 위해 총기 규제 강화 운동이 널리 확산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총기 휴대와 관련한 현 제도와 법률의 부당성과 불합리에 대해 개선책들을 이끌어 낼 수 있는 노력들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알링턴 묘역과 한국전쟁 야외기념관 방문
컨벤션이 끝나고 휴스턴 발 비행기 탑승시간 까지 5시간 남짓한 시간이 주어졌다.
우리는 이 시간을 이용하여 워싱턴 시티 외곽에 위치한 Arlington 국립공원 묘지를 방문하기로 했다. 우버택시의 도움을 받아 현지에 도착 하자마자 역사관부터 들러 국립묘지의 발자취를 들러본 후, Tram을 타고 공원 묘역 곳곳에 말없이 잠들어 있는 수많은 호국영령들을 만날 수 있었다.
과거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미국이 그동안 치러 왔던 수많은 전쟁에 참전하여 젊은 나이에 산화한 무명용사의 넋들이 조용히 잠들어 있는 묘역이라 생각하니 왠지 가슴이 한켠이 먹먹해지고 저려왔다.
끝없이 이어지는 묘역 곳곳을 누비며 달리던 Tram이 처음 멈춰선 곳은 커다란 야외 원형극장이 자리 잡고 있는 곳이었다.
마치 콜로세움을 연상케 하는 웅장한 건축물이었는데, 마침 의장대의 추모행사가 엄숙히 진행되는 중이라 숨죽이며 지켜보며 마음속으로 근처에 위치한 한국전쟁 묘역에 안장되어 있는 호국영령들의 평안을 빌었다.
알링턴 국립묘지를 둘러본 후, 이어 방문한 곳은 한국전쟁에 참여한 미군 전투병들을 기리기 위한 야외 기념관이었다.
전투 중인 전장의 미군병사들을 매우 리얼하게 조각한 수십 개의 조형물들이 한 자리에 서 있는 광경은 퍽 인상적이었다.
옆으로는 한국전 당시 유엔군으로 참전한 16개국과 한국, 그리고 미국의 국가이름이 새겨진 대리석 평판들이 어깨를 맞대고 늘어선 모습도 신선하게 느껴졌다.
때마침 6.25를 나흘 앞두고 이 곳을 방문하게 되어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다.
특히나 이 조형물들이 들어서 있는 파크의 바로 앞에 작은 연못을 배경으로 서 있는 검은색 벽면에 흰색으로 새겨진 “Freedom is not Free.”라는 문구를 보면서 우리가 지금 살고 있는 미국의 가장 저변에 깔려 있는 정신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촉촉이 비가 내렸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이곳의 인상적인 장면들은 빠짐없이 사진과 동영상에 담았다.
이 곳을 오느라 포토맥 강변을 따라 걷는 동안 돔 지붕과 하얀 기둥들로 멋지게 건축된 제퍼슨 기념관을 먼 발치에서 나마 바라보고 인증 샷을 남길 수 있었던 것도 뜻밖의 소득이었다. (2023년 6월 30일)
김규호 (우리훈또스 시니어팀 회원)
*지면 관계상 기고문 전체가 게재되지 못하였음을 양해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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